▲ 김봉석 기자

“한국마사회가 추진하는 외국인 조교사·경주마훈련사(트랙라이더) 도입계획은 기존 노동자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도 부산·경남경마장에 외국인력이 일부 일하고 있어요.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력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면서 경마 선진화는커녕 각종 문제만 일으켰습니다. 마사회는 자꾸 경마 선진화만 내세우는데, 국내 전문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먼저 논의해야 합니다.”

박봉철(57·사진)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공공연맹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외국인력 도입계획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다. 마사회는 지난달 초 우리나라 경마수준을 선진화하겠다면서 △외국인 조교사·경주마훈련사 도입 확대와 개업기준 완화 △외국산 경주마 도입 자율화 △오픈경주 시행규모 확대와 순위상금 배분율 향상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마사회는 2019년까지 서울경마장에 외국인 조교사 4명과 경주마훈련사 10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경마장에는 외국인력이 없다. 아울러 조교사협회가 집단고용하는 마필관리사를 개별고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주마를 관리·훈련하는 마필관리사들은 물론이고 사업주인 조교사들도 반발이 심하다. 박봉철 위원장은 “마사회의 의도는 조교사협회와 노조가 함께 운용하는 서울경마장의 경주마 관리·훈련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며 “외국산 경주마 도입 자율화는 국내 말산업 육성마저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마사회가 경마 선진화를 위한 혁신과제를 발표했는데.

“선진화를 내세웠지만 마필관리사 개별고용을 허용하고 전면적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전국 세 곳의 경마장 중 제주·부경경마장은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한다. 서울경마장만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를 집단고용하고 있다. 이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다. 외국인력 도입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협회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다. 마사회는 서울 조교사가 부경경마장에, 부경 조교사가 서울경마장에 마방을 낼 수 있도록 개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마필관리사 개별고용이 허용돼야 가능한 일이다.”

- 부경경마장에 외국인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경경마장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케냐 출신 경주마훈련사 12명이 일한다. 그런데 외국인력이 검증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다. 인건비가 국내 인력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사회 주장이 맞다면 외국인력 도입은 경마 선진화에 보탬이 돼야 한다. 하지만 그런 조사나 연구 결과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국내 경마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설사 선진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전되지 않는다.”

- 경마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100년의 경마 역사가 있다. 선진화가 필요하다면 국내 전문인력을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수는 일정 나이가 되면 경마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들을 경주마훈련 전문인력으로 우선 육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마사회는 외국 경주마훈련사 도입계획부터 세웠다.”

- 마사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나.

“마필관리사와 조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두 경마 상금을 나눠 갖는 식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지금도 경쟁이 심하다. 성과급 비중이 30%나 된다. 마사회는 이를 더 확대하려 한다. 노조는 20일 집회를 열고 반대투쟁에 나선다. 게다가 외국산 경주마 도입을 자율화하면 국내 말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제주도 조랑말 경마대회가 제주경마장에서 열리고 있다. 몸집 크고 잘 달리는 외국 경주마가 국내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나. 조랑말 경마대회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