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회사는 경영위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지만 결국엔 노동자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18년 만에 희망퇴직(특별퇴직)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 배상철(52·사진) 화학노련 SK이노베이션노조 위원장은 섭섭함을 토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3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특별퇴직 공고문을 올렸다. 대상은 만 44세 이상이면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거나 만 44세 미만이면서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거나 압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직원들은 술렁거리고 있다. 실제 노조는 조합원들로부터 "회사측 면담에서 희망퇴직을 논의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SK그룹 본사 앞에서 배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희망퇴직 철회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1인 시위를 시작한 지 보름이 넘었다. 주요 요구사항은.

“지난해 위원장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 첫해에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정했다. 회사 경영이 위기라는 것에 노조도 공감하고,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였다. 회사는 임금동결에 따른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자 올해 경영실적을 결산한 뒤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노조가 당장 격려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게 아니다. 지급 시점을 약속하라는 것이다. 그러자 회사가 돌연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게 말이 되나. 회사는 구조조정을 철회하고 격려금 지급시기를 약속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를 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고 손실이 커져 2천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흑자로 전환해 3천2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배럴당 40달러로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 SK이노베이션은 희망자에 한해 시행되는 특별퇴직이라고 주장하는데.

“회사가 희망퇴직을 강압적으로 요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노조 확인절차를 거쳐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묵묵부답이다. 회사측 면담에서 희망퇴직을 논의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특별퇴직이 아니라 구조조정인 셈이다. 저성과자나 고임금자가 희망퇴직 대상이 된 것 같다. 정유업종은 정제마진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회사의 입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고통분담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 노조는 희망퇴직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와 메일을 통해 회사 면담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단체협약에는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회사는 단협을 위반했다.

지금은 1인 시위를 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면 투쟁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이 아닌 희망퇴직이라면 희망퇴직 신청자에 대한 강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도록 노조가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거부한다면 지금껏 쌓아 온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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