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수집이용 제공 동의서를 노조압박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주장은 황당하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1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토로한 얘기다. 외환은행이 △병력·장애 등 건강 관련 정보 △노조 가입·탈퇴 △CCTV 촬영정보 등 임직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강제로 수집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김 행장은 티타임을 자청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전문가 변호사까지 대동한 김 행장은 "황당하다", "뜬금없다", "답답하다"는 표현으로 전날 불거진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김 행장과 외환은행의 해명을 요약하자면 건강 관련 정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 건강진단을 위한 것이고, CCTV 촬영은 다른 은행도 하고 있으며, 노조 가입·탈퇴 여부는 조합비 수거 및 지급 목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김 행장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는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이라며 "법원의 2차 심리가 내일(15일) 열리는데 왜 지금 갑자기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은행측의 해명이 수긍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실제 몇몇 은행에서는 직원들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처럼 '민감정보'를 필수적 정보로 구별해 놓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근로관계 설정 및 유지가 가능하지 않다는 식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건강 관련 정보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건강정보 사용목적을 "건강검진 및 의료혜택의 지원 목적 및 인사관리 목적"으로 명시했다. 건강정보를 인사에 반영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노조 가입·탈퇴 여부는 더욱 민감한 사항이다. 외환은행 노사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요즘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 행장의 말처럼 이 같은 문제제기가 정말 황당하고 뜬금없는 것일까.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직원들의 개인정보에는 왜 이렇게 둔감한 것일까. 김 행장의 발언을 접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외환은행 사측의 수준 낮은 인권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혀를 찼다.

외환은행 노사문제를 지켜본 윤성봉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은행이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여기고 정보인권에 대해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질 때 고객정보도 더 잘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번 사달을 하나-외환 조기합병 중단 가처분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관련 2차 심문기일을 앞두고 노조가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식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는 외환은행 경영진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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