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은 60세로 연장 혹은 보장하되, 고령직원 임금을 깎아 청년고용을 늘려라.”

기획재정부가 7일 밝힌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요약하면 이렇다. 나아가 기재부는 권고안에 “신규채용과 60세 정년 연장·보장으로 인해 늘어나는 인건비 모두를 합쳐 총인건비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적시했다.

옛 군대 선임 혹은 대학 선배들의 권위(강요) 섞인 농담이 떠오른다. “2천원 줄 테니 담배 하나, 막걸리 하나, 안주 하나 사 오고 남은 돈은 가져오라”던.

기재부는 시행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강제나 다름없다. 경영평가 1~2점이 기관장 해임 여부와 수백만원의 임직원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현실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진 않다. 청년들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애절한 호소를 폄하할 생각도 없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애절한 호소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게 문제다. 넓게 보면 공공부문 노동계의 입장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정부로부터 총액인건비·정원 관리(축소) 요구에 시달려 온 공공기관 직원들과 노조들은 오히려 신규채용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임금피크제 역시 “필요하다면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다른 건,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는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로 마련된 재원만큼 정부가 출자해 청년고용을 더 늘리라”는 것이다. 기재부는 ‘청년고용시 일정액을 지원하는 상생고용지원금’을 언급하긴 했으나 ‘검토’라는 단어가 뒤따랐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뜻이다.

굳이 하나를 더 붙인다면 기재부가 권고안에서 “초과해 연장할 수 없다”고 고수했던 정년 60세를 훌쩍 넘겨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고령자고용 유지·확대는 고령사회를 맞이해야 할 우리 사회에 던져진 또 하나의 숙제다. 국회가 2013년 5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개정해 정년 60세를 법제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선의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고통분담을 한다면 상호 예의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 임금을 깎아 청년고용을 늘리겠다면 정부도 상응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래야 제도개혁에 대한 수용률을 높이고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