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가 지난 2일 어렵사리 공무원연금 개편 합의안을 내놓았다. 1.9%인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1.7%로 내리고, 기여율을 5년 동안 7%에서 9%로 올리는 내용이다. 수급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더 내고 덜 받고, 오래 내고 늦게 받는 안이다. 대신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서명했다. 지난 6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했다. 여야는 내부 분란을 겪었다. 공적연금강화 공동투쟁본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부는 찬성했고, 일부는 반대했다. 반대하는 공무원 노동계는 양당 대표 합의로는 공적연금 보장성 강화를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6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야는 대치했다. 국회 규칙에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는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결국 개정안 처리는 무산됐다. 공무원 노동계는 개정안 처리 무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국민연금 강화’ 합의정신 훼손하지 말라
 

안영근
공노총 사무총장

이번 공무원연금 개편은 집권세력의 정략적 의도에 따라 진행됐고, 논의 기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107만 공무원 및 교원의 희생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단체의 진정성 있는 참여로 어렵게 대타협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내용면에서도 연금 민영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저지하면서 공무원연금의 재정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더 내고, 오래 내는’ 재정확충과 ‘덜 받고, 늦게 받는’ 재정절감 방안을 함께 담았다.

이른바 ‘공무원 4대 고통분담’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9년 이전 기여율이 5.5%였던 것에서 1차 개혁으로 7%, 2차 개혁으로 9%로 오르면서 공무원 기여도가 2009년 대비 63%로 늘어났다. 지급률은 2009년 이전 2.1%에서 1차 개혁에서 1.9%로 내렸다가 이번에 1.7%로 다시 낮아져 2009년 이전 대비 19% 하락했다. 기여금을 33년간 내던 것을 36년으로 3년 더 내고, 60세부터 받던 공무원연금을 65세부터 받겠다고 한 상황이다. 이는 20% 이상 연금이 삭감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요한 점은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국민 노후생존권을 지켜 내고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상향하기로 했고, 공무원연금으로 절감되는 금액의 20%를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과 관련해서도 적자 논리를 펴면서 ‘공포 마케팅’을 일삼더니, 이제는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도 보험료를 두 배로 내야 한다는 엉터리 ‘뻥튀기 폭탄론’을 들고나왔다. 국회 법처리 과정에서 합의를 무력화하려는 집권세력의 군사작전식 행태가 엿보였다. 어떤 경우에도 공무원들이 희생해 국민연금을 강화한다는 합의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 불발은 사필귀정 

황보우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 위원장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마련한 공무원연금 합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마치 사회적 합의안인 것처럼 선전했지만 일부 공무원조직만 합의안에 서명한 것이지 전체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

특히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한다’는 내용마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의 사회적 논의가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공무원 노조와 단체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을 강화한다면 공무원연금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노후빈곤 해소를 위해 공적연금을 강화하고 이를 논의할 사회적 기구를 명문화하는 것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더 낼 수는 있어도 더 적게 받을 수는 없다’는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연금에 들어갈 정부 기여금(부담금)이 지난 5년 동안 8조원가량 줄었다.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다시 덜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다. 여야 합의안은 폐기돼야 한다. 그리고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공적연금·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연금에 대한 정부 책임 강화를 위해 투쟁할 때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올해 스승의 날도 우울한 스승의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편을 놓지 않는 데는 공무원 연금이 노후의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야 대표가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 연금 개악에 덜컥 합의했다. 벌써부터 일선 학교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적연금에 가입해야 하느냐는 문의도 온다. 전교조는 실무기구에 합의하지 말아 달라고 재차 강조해 왔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편 얘기를 꺼냈을 때부터 공무원 연금 개편 방향은 나와 있었다. 공무원의 복지를 개선시킬 개편안이 아니었음에도 받아들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가재정을 핑계로 공무원연금을 개편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 공무원연금을 개편한다고 국가재정이 좋아질 리 없다. 정부는 재벌기업에게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등 혜택을 주면서 국가재정 악화를 조장한 주범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국가재정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재벌기업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할 일이다. 노동자들이 마음 편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소득을 높이는 것도 뒤따라야 한다. 공무원 연금 때문에 국가재정이 거덜 난다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공무원의 사용자인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와 공무원과의 노사관계는 민간 노사관계에 모범이 된다. 정부가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에 청와대가 반발하면서 공무원연금 개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100만여명의 공무원이 단결해 투쟁했다면 연금 개악을 막아낼 수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공무원과 노동계가 투쟁할 때다.

국민과의 약속 지킬 거라 기대한다 

김무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적연금 강화는 이미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됐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에게 약속도 했다. 여야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든 지켜 나가리라 믿는다. 시간과 시기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논란이 불거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상향 문제에 대해서 여야가 묘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이후 교총이 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연금이 깎이면서 떨어진 공무원·교원의 사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실무기구 합의에서 이와 관련해 공무원·교원의 인사정책적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총은 교원의 보수를 현실화하고 인사 처우를 개선시켜 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다. 15년째 동결된 교직수당과 12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담임·보직교사 수당 개선을 통해 7급 공무원보다 적은 교원의 보수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부와 진행 중인 교원 사기진작 관련 교섭과제도 조속히 마무리해 교원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사력을 다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협상과정에서 최악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막았지만 교원 권익보호와 교직특수성 반영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전체 교원들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즉각 이행해야 

이수진
전국의료산업노련 위원장

공무원연금법과 공적연금 강화 관련 법안 처리가 어이없게 무산됐다. 100만 공무원·교직원 모두가 만족해서 ‘실무기구’에서 동의해 준 합의안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최종 합의와는 달랐다는 말장난으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주장하며 내세웠던 것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위해 공무원의 특수성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사기에 가까운 부풀려진 통계로 국민을 겁박해 왔다.

전국의료산업노련은 공적연금 강화 공투본과 함께 ‘국민의 노후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옳음’을 알리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투쟁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넘어 공적연금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왔기에, 그나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이 위안이 될 수 있었다.

이제 와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슬그머니 빼겠다는 것은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면 공무원연금법을 비롯한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정부라면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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