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2016년에 노동시장에 적용될 법정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두 달간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앞으로 3년 동안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될 27명의 위원들을 새로 위촉했다. 198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발족한 뒤 열 번째 위원회가 출범했다.

제10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금까지와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청년세대 노동조합의 대표가 노동자위원 9명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30년 만의 일이다. 청년 노동자가 제도의 경기장 안에서 스스로를 직접 대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최저임금의 당사자인 청년은 10분 남짓한 진술만이 허용된 참고인이 아니라 동등한 권한을 가진 위원으로서 교섭의 장에 나서게 됐다. 이로써 제도 내부에 ‘세대 대표성’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노동의 사회적 대표성을 구성하는 새로운 원리가 받아들여졌다.

지난 20년간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분화하는 과정에서 ‘세대’라는 구분이 노동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범주가 됐고 ‘청년노동’은 하나의 고유한 영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2010년 창립한 청년유니온은 5년의 자기 이야기를 써 왔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5년 사이에 이뤄진 변화다. 노동시장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규제인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전국적 수준의 교섭에 청년이 참여하게 됐다. 우리는 이것에서 이 시대의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대표돼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총연합단체 민주노총의 결단이 주효했다.

더없이 환영함과 동시에 한없이 무겁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회의장이라는 링에서 어떻게 제대로 싸울 것인가. 노동시장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청년 노동자들을 잘 대변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그럴만한 진짜 실력이 있을까. 이제는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에 직면해야 한다.

회의장 안의 싸움 또한 결국 회의장 바깥의 운동이 결정한다. 위원회에 모여 앉은 노사정의 논의란 사회적 힘 관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천8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9명의 노동자위원의 무기는 화려한 언변이나 통계, 논리 같은 기술적인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위는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두고 첨예하게 다투는 투쟁의 현장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수학도 경제학도 아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든 동결이든 더 큰 사회적 압력을 형성하는 쪽이 이긴다. 최저임금을 실제로 대폭 인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강제하는 사회적 힘이 전제돼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청년위원 한 명이 새롭게 생겼다고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현재의 정세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최저임금 인상이 국제적인 대세가 되고, 올해 들어서는 너도나도 최저임금에 주목하고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지난 2년간 확인된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7% 수준의 인상일 뿐이다. 그러한 조건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재계의 저항은 그 언제보다 강력하다.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라는 구호의 싸움은 지금부터다. 최저임금이 자신의 임금인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한 이유는 불안정 저임금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시장경제의 불평등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는 삶의 권리를 위한 것이다. 그것에 언제나 우선적인 의미가 있다. 노동자의 구매력 증대, 내수 진작, 소득 주도 경제성장과 같은 공리주의적 의미 부여는 항상 그 다음 문제다. 사회를 설득하기 전에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할 각자의 이유와 공동의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다. 중반전이다. 그리고 2017년까지 아직 세 번이나 남았다. 2015년의 싸움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긴 호흡의 싸움을 준비하자. 청년들의 최저임금 투쟁, 청년노동의 사회적 임금인상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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