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사고의 1.9%(8만8천403건 중 1천697건), 업무상질병의 10.8%(1만2천498건 중 1천357건)가 공인노무사 위임사건이다. 불필요한 대리인 선임도 문제지만 “산재가 어렵다”는 선입견이나 정보부족으로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과로사나 복잡한 질병 사건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산재 사건은 몇 가지 원칙만 파악하고 접근하면 대리인 없이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첫째, 상병에 대한 확인이다. 증상이나 통증만으로 산재를 신청할 수 없다. 산재 신청서류인 요양급여청구서에는 초진소견서를 첨부해야 한다. 초진소견서 양식에는 한국표준질병분류표상 진단명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상병 진단 오류를 이유로 ‘변경 승인’을 하거나 불승인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상병이나 다친 부위에 대한 전문의 진단이 중요하다. 가령 어깨 부위를 다쳤는데 수지(손) 전문 정형외과에서 진단·치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

둘째, 상병이 사고로 유발됐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재해 경위의 명확성과 구체성이 중요하다. 재해 경위는 육하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사고 목격자가 있을 경우 목격자 진술서를 반드시 확보해서 첨부한다. 사고 목격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에는 산재로 승인받기 어렵다.

외상은 재해와 병원에 가는 시간 간격이 길수록 불리하다. 외상 사고의 가장 좋은 증명법은 사고 즉시 병원치료를 받는 것이다. 최소 7일 이내 내원해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가서 사고 경위를 반복해서 진술하고 그것이 의무기록지에 기재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공단은 의무기록지를 가장 중요한 증거로 삼는다.

셋째, 사고 발생 원인을 증명해야 한다. 산재보험제도는 무과실책임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현실적으로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만으로는 산재로 인한 손해 전체를 보상받지 못한다. 사업주에 대한 추가 배상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통상 12급 이상 장해가 남거나 사망한 사건의 경우 산재보상과 별도로 사업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산재 발생 원인에서 사업주 책임이 클수록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금액이 커진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을 비롯해 사업주 과실 유무를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넷째, 퇴행성 질병은 외상 사고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통상 노동자들은 추락·전도·부딪힘이나 과다한 중량물 취급 등 1회 외상으로 상병이 발생할 경우 사고성재해로 산재를 신청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회전근개파열 또는 추간판탈출증 등에서 외상으로 인한 상병과 퇴행으로 인한 상병은 달리 판단된다. 상병이 외상성 질병이 아니라면 공단에서 1회 외상으로 사고와의 관련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다만 퇴행성 질병이라도 소송 등 추후 사고와의 관련성을 인정받으려면 이전 동일 부위 병력이 없어야 한다. 또한 다친 뒤 관련 상병을 치료했거나 진료했다는 기록이 중요하다. 예컨대 추락사고 뒤 몇 달 만에 (퇴행성) 회전근개파열을 추가로 진단받은 경우라면 최초 사고 때 어깨 통증에 대한 진료 또는 검사 기록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다섯째, 사고가 아니라 업무부담 작업이 동반됐을 경우에는 질병, 다시 말해 근골격계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퇴행성 질병코드나 진단이 있다면 외상사고로 산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외상사고가 상병의 악화 발현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무상 업무부담이 인정되지 않으면 공단에서는 불승인된다. 결국 대표적 퇴행성 질환인 추간판탈출증이나 회전근개파열·반월상연골파열은 직업력을 증명해야 한다. 중요한 위험요인은 반복동작과 부적절한 자세, 중량물 취급, 진동작업이다.

여섯째, 사고성 재해로 신청했다가 불승인된 사안도 때에 따라 최초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고 이후 발생한 근골격계질환이다. 이런 경우 산재가 불승인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1회 사고로 인해 퇴행성 질병이 발생할 수 없다는 의학적 판단 때문이다. 공단은 지침 변경을 통해 심사청구 단계에서 직업력 조사를 위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 사건을 이송시키지 않는다. 이런 사건은 심사청구·재심사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근골격계질환으로 요양급여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