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5.3.26. 선고 2014구합16286 판결

1. 사건의 개요


1) 서막

2012년 가을, 공인노무사라는 직업명이 한동안 언론을 도배했다. 공인노무사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상황에서, 노무사라는 이름은 불행히도 악명의 장본인으로 대서특필됐다. 이름처럼 창조적인(?) 노동조합 파괴 컨설팅을 자행했던 노무법인(창조컨설팅)과 그 소속 공인노무사들. 오늘 리뷰의 대상 판결은 그들의 후일담이자 여전히 끝나지 않은 부당노동행위 범죄에 관한 이야기다.

노동조합 파괴라는 위법한 경영자문과 법률지원을 행했던 창조컨설팅의 대표 심아무개 노무사와 전무 김아무개 노무사는 ‘공인노무사징계위원회’(징계위)에 회부돼 2012년 10월17일 고용노동부로터 공인노무사 등록취소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창조컨설팅은 그해 10월19일 설립인가가 취소됐다. 두 노무사는 공인노무사 등록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했고, 김 노무사는 지난해 3월2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했다.(심 노무사 역시 2014년 7월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 징계위에 법령이 정한 위원 한 명이 포함되지 않은 절차상 하자로 당해 징계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었다. 노동부의 실수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노동부는 절차상 하자를 바로잡아 징계위를 다시 개최하고 이 사건 원고인 김 노무사에게 지난해 6월16일 재차 공인노무사 등록취소의 징계처분을 했다.

징계처분 사유는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서 ①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에 관한 지도·상담,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행위’에 해당(제13조3호, 제20조제1항제6호) ② ‘노동부 장관의 보고·자료제출 등의 명령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검사 또는 질문을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는 경우’에 해당(제18조제1항, 제20조제1항제8호)한다는 것이다.

원고 김 노무사는 2014년 9월12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면서 당해 징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① 처분사유의 부존재(컨설팅서류들은 내부문서일 뿐 실제 관계자에게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한편 고용노동부의 자료제출 요구에는 성실히 임했다) ② 징계시효의 완성(노무사법은 사유발생일부터 3년 내에만 징계할 수 있게 돼 있는데, 2014년 6월16일 징계시 이미 시효가 도과됐다) ③ 재량권 일탈·남용(징계양정 기준이 없고 원고가 노동행정 등에 헌신해 온 점과 징계전력이 없는 점, 자문 경위 및 원고의 정신적·육체적 고통 등을 감안할 때 징계처분은 너무 과도하다)이 그것이었다.

2)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① 회의자료 등 문건의 내용과 자문업체들로부터 받은 성공보수, 자문 이후의 정황 등을 볼 때 위법한 자문을 행했다고 판단되고, 노동부(지청)가 요구한 자료 일부가 제출되지 않아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이 사건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② 최초의 징계처분이 법원에서 절차위반으로 취소됐더라도 판결 취지에 따른 새로운 징계처분을 상당한 기간 내에 했으므로 징계사유 발생일로부터 3년이 경과했어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③ 허용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자문을 구체적 실행계획까지 제시해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노무사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크게 저해했으며, 등록취소가 돼도 3년이 지나면 재등록할 수 있어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 노동부의 김 노무사에 대한 공인노무사 등록취소의 징계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 누가 ‘노조 파괴 노무사’를 만드는가

1) 그들의 범죄행위

만도·상신브레이크·발레오전장·풍산마이크로텍·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대림자동차·유성기업·보쉬전장·동우화인켐·콘티넨탈오토모티브·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 무수히 많은 사업체에서의 노조 탄압이 창조컨설팅의 기획에 따라 자행됐다.

그 방식 또한 대단히 유사했다. 먼저 교섭을 지연하다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노조를 자극한다.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경비를 투입했다. 그 사이 어용노조를 설립한 뒤 조합원들을 압박해 어용노조에 가입하게 하고 업무에 복귀시켰다. 끝까지 버틴 조합원들에게는 해고 등의 중징계를 내리고 손배·가압류의 처절한 고통을 맛보게 한다. 유성기업 등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7개 사업장의 손해배상청구금액만 584억원에 이른다. 설령 소송을 해서 노동자들이 이기더라도 몇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면서 노조는 와해되고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창조컨설팅의 컨설팅계약서나 회의자료 등을 보면, 노조 탈퇴공작 계획이나 어용노조를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준비 작업은 물론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거나 조합원 수가 대폭 감소하면 성공보수(대개 1억원. 월 컨설팅비용은 수천만원 수준)를 받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참으로 더러운 돈이다.

2) 제2·제3의 창조컨설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혹자는 묻는다. 3년만 기다리면 다시 노무사 등록이 가능한데 그렇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굳이 소송을 제기하느냐고. 노무사법은 등록취소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다시 등록할 수 있게 돼 있으며, 등록취소가 노무사법상 최고 징계양정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도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부당노동행위를 자문하는 노무사가 어디 한 둘이야? 왜 나만!’, ‘노동부 너희는 뭐가 다르다고 나를 징계해!’ 참담하지만 공감이 가는 추정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을 억울함에는 반성의 여지조차 들어설 공간이 없을 것이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공작이 행해졌던 사업장 사용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사건에서, 검찰은 사건을 질질 끌다가 결국 모두 불기소 처분해 노조파괴행위에 면죄부를 줬다. 해고자나 징계자들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노동위원회는 대부분 기각 판정했다.

창조컨설팅의 자문제안서에는 “타 법인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외기관과의 관계 형성 능력을 토대로 노동부·경찰청·국정원·검찰 등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협력 체제 강화,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 대한 지원 요구 가능”을 자신들의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심 노무사는 경총에서 법제팀장 등을 맡으며 13년간 재직했고, 김 노무사는 지방노동위원회 심판과장 등 노동부 공무원으로 19년간 재직했던 자다. 지난 2010년 발레오전장의 직장폐쇄 과정에서 노동부(포항지청)가 작성하고 검찰(경주지검) 명의로 제작된 회의 자료와 창조컨설팅이 제작한 문서가 동일하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한편 대표와 전무를 제외한 창조컨설팅의 다른 노무사들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고 창조컨설팅의 인가 취소 직후 새로운 노무법인을 설립해 현재도 왕성하게 노무사업을 하고 있다.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는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과연 이런 인식의 기초만이라도 형성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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