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할 때 산업재해를 당해 30년 넘게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았어요.”

원진레이온에서 일하다 신경염에 걸린 윤한기(74·사진)씨는 산재노동자로 살아온 지난 세월을 이같이 술회했다. 윤씨는 제15회 산재노동자의 날인 28일 한국노총 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원진산업재해자협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 산재노동자들의 귀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오전 열린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제에서 윤씨를 만났다.

윤씨는 1973년부터 81년까지 원진레이온에서 생산설비 정비업무를 맡았다. 81년 다리 마비 증세가 나타나 퇴사한 뒤 92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받았다. 윤씨와 같이 원진레이온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는 1천명에 육박한다. 죽음의 공장 원진레이온은 산재 투쟁의 상징이 됐다.

80년대 말 비스코스 인견사 생산공장인 원진레이온에서 노동자들이 이황화탄소(CS2)에 중독된 사실이 알려졌다. 피해자는 900여명, 사망자는 150여명이나 된다. 피해자들은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증상을 보였다. 신경염을 앓고 있는 윤씨는 다리에 감각이 없다. 그는 80년대 중반부터 매일 수십 알의 약을 먹고 있다. 34세에 원진레이온을 퇴사한 뒤 신경염 때문에 지금까지 일을 하지 못했다.

윤씨는 “원진레이온을 거쳐간 사장들은 노동자를 착취해 번 돈으로 지금도 잘사는데 (나는) 한창 일할 때 병에 걸려 일을 못한 게 억울하다”며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내가 혹여나 자손에게 해가 될까 서예를 하며 마음수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끝으로 “노동계가 투쟁을 해서 노동자들이 산재를 입지 않게 해 달라”며 “나처럼 한창 일할 때 산재를 당하고 수십년 동안 일을 못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노동계가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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