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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4·24 총파업 현장 스케치] "오늘은 총파업 끝이 아니라 시작 … 노동절에 다시 만나요"

지난 24일 오후 1시. 서울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교실 대신 광장을 택한 교사들이다. 전교조가 이날 9년 만에 벌인 연가파업에는 전국에서 온 조합원 3천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총파업 본대회에 앞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동기본권 쟁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연가파업 참가자들을 색출해 징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회 사회자는 "광장 주위에 조합원들을 채증하러 온 장학사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렇다면 바로 이곳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불법파업·징계 압박 뚫은 조합원들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밝았다. 곳곳에서 빨간 머리띠와 모자를 서로 나눠 가지며 웃고 이야기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선생님 세월호를 위해 화이팅", "노동자들이 정부를 이기길 바라요", "조심히 다녀오세요"라고 쓴 포스트잇을 패널에 붙여 가져오기도 했다.

"선생님 왜 평일에 집회 나가요?"라고 묻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뭐라고 답했을까. 충남에서 온 고등학교 교사 이대준(41)씨는 "내가 안 가도 누군가는 정부의 잘못에 맞서 싸워야 하고 징계를 받게 될 텐데 거기에 무임승차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아이들도 수긍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에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영향을 받고 세월호 집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올해는 세월호 참사 1주기라 그런지 공감해 주는 분위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징계가 걱정되지만 이왕 나온 거 잘 싸워서 학생들과 우리 애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옆에 앉은 딸 이은(6)양을 껴안았다.

"빡세게 싸워 보자는 분위기"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 본대회를 열었다. 각 산별연맹 노동자들은 "끝내자 박근혜, 가자 총파업"이라는 구호를 연호했다.

정재황 금속노조 대한솔루션분회장은 "이미 단체협약 개악을 겪어 본 우리로서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대한 공포가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한솔루션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분회에 따르면 2010년 다수노조인 기업노조(대한솔루션노조)가 설립됐다. 그러자 회사는 권한, 수당, 복리후생을 줄이는 내용의 단협을 기업노조와 체결하고 분회에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정 분회장은 "잘못된 단협으로 인해 통상임금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현실화하면 사측은 조합원들을 더 쉽게 해고하고 탄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석 대한솔루션분회 수석부분회장은 "그래도 오늘 (집회에) 나와 보니 2010년 이명박 정권 초기 때처럼 빡세게 싸워 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칼을 뽑았으니 끝까지 싸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비스연맹 홈플러스노조 조합원들은 하얀 머릿수건에 파란 앞치마를 입고 "멈춰 박근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고 쓴 쇼핑카트를 끌고 나왔다.

홈플러스 인천간석점 캐셔(계산원)인 김효선(36)씨는 "10년째 일하고 있지만 수당을 포함한 월급이 130만원밖에 안 된다"며 "돈을 못 모아 결혼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얼굴만 보고도 까다로운 손님을 구분할 수 있어 클레임을 가장 적게 받지만, 회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그의 임금을 신입직원과 똑같이 준다. 김씨는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노조가 단협을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기간을 단축하거나 부당전보를 막아 낸 것들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노동자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대회에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상임간부들도 참석했다. 성낙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해고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노동자 탄압정책에 대응하는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따로 있지 않다"며 "양대 노총이 5월1일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는데 서로 힘을 합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 참여해 연대의 뜻을 전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들이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 모인 노동자들과 국민 때문"이라며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할 때까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외대 학생들' 깃발을 들고 온 한국외대 4학년 박이랑(26)씨는 "세월호와 노동조건 악화, 공적연금 개악은 결국 이윤만 추구하는 시스템이 원인인 만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지금 중간고사 기간인데 시험은 망치겠지만 함께해서 좋다"고 웃었다.

충돌 없이 마무리 … "5월1일 다시 모이자"

참가자들은 본대회를 마친 뒤 서울광장에서 종로 일대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종각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목에 차벽을 설치하고 살수차를 대기시켰으나 나머지 행진 경로는 보장했다. 참가자들도 종각역 사거리에서 더 진출하지 않고 함께 율동을 추면서 평화롭게 집회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이날은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오늘은 정부와 처음으로 벌인 기세 싸움"이라며 "앞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하나씩 관철해 가면서 대정부·대자본 투쟁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 총장은 "5월1일에 서울광장에서 다시 모이자"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4월을 넘어 5월로, 총파업 투쟁 승리하자"는 구호로 화답했다.

윤성희  miyu@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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