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1.13 수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사진이야기
엄마 손이 빨랐다

봄볕이 따뜻했고, 잔디가 넉넉히 자라 바닥이 푹신했다. 병아리떼 쫑쫑쫑 봄나들이 나서기 좋은 날. 너른 광장엔 이모 삼촌이 많아 붐볐다. 나리나리 개나리꽃처럼 노란 리본을 저마다 가슴팍에 달았다. 오리는 꽥꽥, 염소 음매, 돼지는 꿀꿀 소리 냈고, 엄마는 투쟁이라고 소리쳤다. 웃음 좋던 이모·삼촌이 고개 숙인 채 심각했다. 지켜 주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잠시 눈감았다. 기우뚱 넘어져 코 박을까, 실눈 뜨고 발치 내내 살피던 엄마 손이 빨랐다. 북소리 곧 높았다. 구호 따라 엄마 손이 높았다. 거기 광장 너머엔 경찰차 '폴리'가 많았고 '타요' 버스를 닮은 빠빵이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했다. 차벽이 높았다. 길 따라, 깃발 따라 이모·삼촌 숨이 가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기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