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가 병원 관리자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3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지난 15일부터 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A(52)씨는 23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인천성모병원의 부서장급 직원들로부터 집단적인 모욕·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직원들은 지난 3월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 문제를 비판한 일을 문제 삼아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간부인 A씨가 정보제공자가 아니냐며 추궁했다. 이들은 매일 오전·저녁 일과시간과 점심시간에 2~6명씩 몰려와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A씨를 둘러싸고 "다른 직원들은 '뺑이' 치는데 일이 제대로 되냐", "그렇게 불평과 원망이 많으면 지옥 가는 지름길이다"며 폭언했다.

A씨는 "조퇴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관리자는 내 전화를 안 받거나 괴롭힘을 목격하고도 그냥 내버려 뒀다"고 주장했다. 지부와 노조가 각각 6일과 8일 공문을 통해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A씨는 정신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했지만 결국 13일 오전 출근길에 호흡곤란 상태로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 병원은 "관리자들의 언어폭력 및 부당한 처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료된다"고 진단했다. 의사는 입원치료을 권유했다.

하지만 입원으로 집단 괴롭힘이 끝나지 않았다. 입원 장소를 비밀로 했지만 가해자들은 다시 찾아왔다. A씨는 "그 사람들이 찾아온 뒤 또 실신하고 말았다"며 "불안해서 병원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외래 환자만 3천여명인 대형병원이고 내가 30년간 몸담아 온 일터에서 이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 너무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A씨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병원장을 포함한 17명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했다. 노조는 인권위에 피해자 긴급구제와 현장조사를 촉구했다. 병원이 노조 와해를 위해 조직적인 집단 괴롭힘을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병원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노조가 쟁의행위를 벌일 때도 이런 식으로 조합원들을 괴롭혔다"며 "얼마 전 괴롭힘에 가담했던 한 직원으로부터 '병원이 시간대별로 조를 짜서 A씨를 찾아가도록 지시했다'는 증언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즉시 피해자 긴급구제와 현장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병원 홍보팀은 "관련 내용은 전혀 모르는 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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