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2.12 목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민주노총 법률원의 노동자이야기
공공기관 노동자의 잃어버린 노동 3권고관홍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고관홍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언급하기에 앞서 도대체 ‘공공기관’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자체의 범위가 너무 넓고 다양해서 공공기관 노동자를 ‘공무원’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이라 함은 공무원을 제외한 공공부문, 즉 공공부문 특유의 소유지배구조로 인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적인 사용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기관들을 말한다. 크게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공기업으로는 한국전력공사나 가스공사 같은 시장형 공기업과 철도공사 같은 준시장형 공기업이 대표적이다. 준정부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대한지적공사·국민연금공단 등을 말한다. 기타 공공기관은 상기 공기업의 자회사나 정부출연연구기관·국립대병원 등이 포함된다. 상기 사업장들은 모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공기관 노사관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행 헌법상 공무원이나 방위산업체공익사업 등과 달리 노동 3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전혀 없다. 노동 3권을 완전히 보호받고, 일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헌법 제37조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의 각종 지침 등에 의한 규제·감독으로 노동 3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2007년 4월1일 시행된 공공기관운영법은 공공기관 운영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지침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경영평가와 감사원 감사 규정을 통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근로조건 및 기관 운영 전반에 걸친 정부의 지배·개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어떠한 제한 없이 교섭권을 행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 스스로의 노동조건을 정할 수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지침·간섭으로 자율적인 노동조건 설정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 공공기관 사업장에서 임금교섭을 할 경우 형식적으로는 해당 사업장 노사가 교섭을 해서 임금인상률을 정하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재부가 예산편성지침에서 정한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이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사측이 부당하게 미지급한 임금을 공공기관 노동자가 청구할 경우에도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해당 노동자들의 권리 행사는 개념도 성격도 모호한 정부의 ‘지침’이라는 높은 장벽 하나를 더 넘어야 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정을 아주 적절하게 악용하고 있다. 정부가 도입하려 하는 각종 정책(노동조건 하락이 예상되는)의 시험장으로 공공기관을 활용한다. 정책을 공공기관에 도입한 뒤 대규모 민간 사업장에서 이를 따르도록 한다. 결국에는 노동시장 전체에 정부 정책이 도입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2008년 시작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과 정상화 정책은 그러한 정부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올해 1월 확정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통해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와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도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에서도 첨예한 쟁점 사안이어서 공공기관 시행 여부가 전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고, 쉬운 해고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정하는 것은 사용자가 그토록 원하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투쟁이 모두의 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기관운영법 도입취지는 공공부문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기획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산상 수입·지출의 적정성을 따지는 기재부가 실질적으로 공공부문을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정부 입맛에 맞는 노동정책을 실현하는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공공부문이 보호해야 할 공공성과 민주성이라는 가치는 물론이고 헌법상 보장되는 공공노동자들의 노동 3권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헌법상 정당한 권리인지 확인할 시간이 머지않았다.

고관홍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관홍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