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015년 3월31일, 권력이 정한 이 합의시한을 지나고서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 중이라더니 한국노총이 결렬을 선언했다. 그 뒤 정부의 행보가 논란이다. 매일노동뉴스는 고용노동부의 못 말리는 '마이웨이'라고 제목을 뽑아서 지난 20일 보도했다. 이미 노동부는 그동안 지침과 모범 사례의 제시, 지원금 등을 통해서 정년연장에 대응한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리고 노사정위에서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완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적극적 요구로 논의해 왔다. 결국 한국노총의 반발로 노사정위에서 합의가 어렵게 되자, 지난 17일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주요 언론사 사회부장단 간담회를 열고 "가장 시급한 것이 정년연장 및 이와 연계된 임금체계 개편"이라고 한 후 "개별 기업의 여건에 맞게 내년 정년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취업규칙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며 "다음달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절차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를 두고,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마이웨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2. 어제도 이기권 장관이 기자들과 만났다. 장관은 "민주노총은 대한민국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한 축으로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궁극적 목표인 청년일자리 문제를 위한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후 "조합원 다수가 대기업·공공기관으로 격차 해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실한 뜻이 담겨 있는지 고민스럽다"며 오는 24일 총파업을 중단하라고 했다. 이 장관은 "노사관계 주무장관으로서 불법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자제하고 어떻게 하면 청년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지, 대-중소기업 간 격차해소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4일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에 대해 "연초 현 지도부가 들어설 때부터 파업 일정을 잡아 놓고 수순대로 나가는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노동부 장관은 한마디로 조합원 다수의 의사도 무시하고 예정했던 대로 총파업을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에 대해 '마이웨이'라고 비난의 말을 했던 것이다.

3. 이렇게 오늘은 '마이웨이'의 날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도, 이에 총파업으로 맞서는 민주노총도 누가 뭐라 해도 내 갈 길은 간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년연장과 그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문제가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나라에서 정년연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되고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은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해 청년고용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저하시킴으로써 청년 등의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용자 자본의 몫은 그대로인 채 노동자의 몫으로 다른 노동자 고용에 사용토록 하겠다고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을 정부는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정년제도는 무엇인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근로계약이 당연히 종료되는 ‘정년퇴직’을 말한다. 사용자의 퇴직 처리는 법적으로는 해고가 아닌 것이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을 통보하더라도 당연한 퇴직을 확인하는 통지일 뿐이다(대법원 2008.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근로자는 해고의 부당함을 다툴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대해 그 근로계약의 최장기간 내지 종기를 정하는 것이 이 세상의 정년제도다. 판례는 그 동안 정년제도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판결해 왔다(대법원 1978.9.12 선고 78다1046 판결 등). 그러나 정년제도의 도입은 근로자를 연령에 따라 차별하는 것일 수 있다. 정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정년제도를 도입한다면 근로계약의 종기를 설정하는 것이므로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정년제도 자체가 그 효력에서 논란이 된다. 정년제도 자체가 문제다. 정상적으로 노무제공을 할 수 없는 연령에 도달한 경우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데 연령 상한을 정해서 당연히 퇴직시키는 정년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가가 정년제도를 연령에 따른 차별금지의 예외로 허용하고 정년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토록 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용자의 단체와 정부가 툭하면 언급하는 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은 1978년 강제정년법(Mandatory Retirement Act)에서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조정했다가 1986년 법 개정시 이를 폐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정년제를 없앴다. 영국도 2010년 평등법(Equality Act)에 의해서 2011년부터 종전의 65세 정년제를 폐지해서 일정 연령에 도달했다고 해서 퇴직시키는 것은 불공정해고 또는 연령차별이라고 봤다. 독일은 단체협약에서 65세 정년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1992년 연금개혁법 시행 이후 연방노동법원이 단체협약에 의한 65세 일률 정년제가 무효라고 판결함으로써 사실상 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정년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부터 65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이러한 외국사례를 통해서 보면 일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제도를 연령에 따른 차별로서 법 또는 법원 판결로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심지어 정년제도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는 일본조차도 법적으로 정년을 65세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고,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근로자의 임금권리를 저하시키도록 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만 이상하다. 정년제도를 당연하다 하고, 정년연장을 임금체계 개편과 결부시켜 입법하고 논의하고 있다. 이 나라만 '마이웨이'다.

4.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으로 조기퇴직시키는 일이 당연하다 보니,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희망이고 명예인 나라다 보니 정년제도가 이 나라 노동자의 권리인 양 행세하게 됐다. 그래서 그걸 연장하겠다고 60세로 정년을 간주하겠다는 정년연장법에 노동자들이 환호하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에서 권력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서 근로자의 임금권리를 저하시켜야 한다고 취업규칙 변경을 수월하게 하겠다고 '마이웨이'를 외쳐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법과 해석이 이상하고 나라가 이상해도 노동자권리를 위해서는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결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서 정년을 연장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근로자를 연령에 따라 차별하고 일정 연령의 도달로 퇴직하게 하는 제도는 부정돼야 한다. 부당한 정년제를 폐지해야 한다. 입법에 의해서만 노사정위의 합의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년제의 유효성을 인정해 온 판례의 부당한 태도를 변경해서 그 효력을 부정하면 된다. 이것은 부당한 법리를 부당하다고 법대로 확인하는 일이다. 법대로 법을 선언해서 근로자를 연령을 이유로 당연히 퇴출시키는 제도를 폐지하면 된다. 이것으로 노동자권리를 외면하고 자본을 위한 개악을 노동개혁이라고 말하는 노동부 장관의 나라, 이 '마이웨이'의 나라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그런데 장관이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저하시키겠다고 이토록 이달 저달 하며 밀어붙이고 있는데 조만간 법원이 그렇게 법을 선언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서 노동자들이 마냥 기다라고 있을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어째야 하는가. 노동자권리를 위해서 누가 뭐라 해도 내 갈 길은 간다고 이 나라 노동운동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 말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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