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16일이다. 1년 전 국민들은 꽃다운 아이들과 노동자들이 아무런 국가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봐야 했다. 충격은 컸다.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여론에 밀린 억지 춘향식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정작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의 탐욕을 제어하기는커녕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유족들은 단식하고, 삭발하고, 물벼락을 맞으며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를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고 있다. 지난 모든 일이 충격이고 슬픔이다. 세월호 참사 1년, 우리에게 세월호는 어떤 의미일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노동운동이 앞장서야 

김영호
민주노총 안산지부장

나는 경기도 안산지역의 노동자다. 세월호 참사는 내 운명을 바꿔 놓았다. 사건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었고,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한 동네 아이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내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를 겪기 전에는 지역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벌이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억울함 죽음을 목도하며, 우리 사회의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만약 노동운동이 조금 더 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노동운동이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정격유착과 같은 부패한 사회구조 속에서 세월호라는 괴물이 태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조금 더 단결하고 보다 열정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 했다면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유족들이 처절하게 길거리를 헤매는 것을 보면 마음이 무너진다. 일단은 지금의 상황이 종료돼 유족들이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보상도 치유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노동자·시민이 안전한 나라 위해 노동자가 앞장서자 

방운제
일진전기 반월공단노조 위원장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오늘 반월공장에 있는 공장 몇 곳에서 조기를 게양했다. 지난해 이맘때 반월공단 역시 추모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참사 때문에 노동자들 역시 술자리를 자제하고, 망인을 추모했다. 정부에서 “경제 살리기”를 외친 탓에 추모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일진전기 반월공단노조는 세월호 참사의 사망자들을 기리기 위해 묵념으로 아침 집회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는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됐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안전불감증의 피해자가 어린 학생들이었다. 선장은 본분을 망각하고, 자기만 살려고 도망쳤다. 해양경찰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모두가 얘기했지만, 지금도 같은 마음인지 의문이다. 기업은 여전히 안전은 뒷전이다. 산업안전에 힘쓰자고 말하면 기업은 예산 얘기를 한다. 안전은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지만 여전히 ‘돈’ 얘기를 한다. 참 걱정스러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년을 되돌아 봤다. 정말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동자가 노력해야 한다. 우리 후배들과 우리의 자녀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노동자가 앞장서자. 노조는 오늘 안산 단원구의 문화마당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다. 국민이 편하게 사는 나라, 노동자가 편안한 나라를 위해 세월호 참사를 절대 잊지 않겠다.

세월호 참사와 KTX 승무원 불법파견 사건을 닮았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

사고 소식을 듣고 당연히 구조될 것이라 믿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1년이 지나도 사고 발생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 세월호 참사와 KTX 승무원 불법파견 사건은 많이 닮았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두 사건을 일으킨 배경이다. KTX 승무원들은 극히 이례적인 사고 발생을 대비해 존재한다. 열차의 안전을 담당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이례적인 사태를 대비하는 승무원들의 업무를 도외시하고 외주화했다. 대법원은 안전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큰 아픔과 상처를 남긴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의 부조리를 바꾸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은 KTX 승무원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공감을 표했다.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안전을 담당하는 노동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겪어 봐서 안전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잘 알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KTX 승무원들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할 것이다. 지난 15일 서울역에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서명전과 피켓시위를 벌였다. 세월호 가족들의 오체투지 시위에 동행하며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고 연대해 나갈 것이다.

유가족들의 마음 반영한 세월호 참사 해결 방안 마련해야 

 허권
금융노조 NH농협지부 위원장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1년 전 오늘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렇게 심각한 사건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뉴스에서 구조를 위해 출동한 배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조기 구조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참혹하게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어린 학생들이 속절없이 바다 속으로 수장됐다. 참담했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이 있다. 딸과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끝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부모 된 입장에서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기분이 착잡했다. 노동은 노동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더 커져 버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나. 안전사회로 가기까지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월호 관련 대책들이 유가족들의 마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답답하다. 유가족들의 마음이 반영된 세월호 참사 해결 방안을 내는 게 고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다. 정부가 통 큰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청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고립에서 벗어나야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세월호 1주기라는 사실이 아직 생경하다. 이 1년은 두 가지 문제를 확인한 시간이다. 하나는 사회 정의가 구현되는 과정이 논리적인 옳고 그름에 기초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특별법과 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돼 가해자 처벌까지 이어지는 것이 진상규명일 텐데 그것을 원하지 않는 세력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의 기반은 생각보다 허약했다. 안타깝다.

청년들이 세월호 참사를 보고 느낀 감정은 혼란일 것이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이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는 순간 집단 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것을 학습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세월호를 통해 그간의 학습과 그렇게 사는 게 사람의 삶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 사이에서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더구나 청년들은 또 다른 세대와 달리 정치적 입장을 함께 확인하고 싸울 사람이 없다. 집회에 가고 싶어도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것이다. 혼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고립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청년들이 옆 사람들을 보고 함께 협력하는 과정에서 집단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집단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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