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대법원 2014두15016 요양불승인처분취소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1996년 5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내 트럭부 정산기업(유)에 입사해 대형섀시 파트에서 업무를 한 이후 1998년 6월부터 버스부 일반섀시 데킹작업장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0년 1월1일부터 흥인기업에서 인터쿨러 장착과 프레임 용접 일을 했고, 2007년 4월부터 같은 사업장에서 메인벅공정을 담당했다. 메인벅공정 중 원고는 주야간 교대제로 ‘로딩작업·용접작업·그라인딩작업’을 했다. 차체를 조립한 이후 용접하는 일이 원고가 맡은 업무다. 원고는 입사 이후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비틀거나, 구부린 자세로 작업을 했고 2011년 3월께부터 왼쪽 무릎에 상당한 통증이 발생해 간헐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후 ‘무릎관절증·내측반월상연골판파열’ 진단을 받아 요양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광주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를 근거로 산재 신청을 불승인했다. “업무내용·근무기간·작업 자세·진료 기록·자문의사 소견 등을 검토한 결과 퇴행성 파열로 확인되고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질환으로 판단되며 상병을 유발할 만한 신체부담 작업도 확인되지 않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고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항소심·대법원은 업무상질병으로 확정했다. 이번 사안의 쟁점을 공단의 산재 처분 현실에 비춰 논하고자 한다.

2. 판결의 내용

가. 사안의 쟁점

이 사건 쟁점은 원고의 업무가 무릎부위 부담 작업으로 볼 수 있는지, 업무로 인해 당해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발현될 수 있었는지다. 통상 전자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라면, 후자는 의학적 판단의 문제로 보기 쉽다. 하지만 이런 영역은 전적으로 ‘산재보험법상 업무기인성에 대한 상당인과관계’를 두고 벌이는 법률적 판단에 해당한다. 무릎관절증 등은 전형적인 퇴행성 질환이므로, 퇴행성 질환의 성격 및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문제는 공단의 결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업무상질병 판단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의학적 판단 논리에 매몰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골격계질환은 원칙적으로 퇴행성 질환이지만 정형외과학적 관점 또는 2013년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 이전 공단의 관점에서 퇴행성 질환은 업무기인성이 인정되기 힘든 영역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나. 판결의 내용

(1) 1심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대법원 판결(2009두5794)을 제시하면서 원고의 업무가 무릎부위 부담 작업이라고 봤다. 2002년께부터 치료받은 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치료받은 질병이나 무릎 부위 상태가 업무를 못할 정도로 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장기간 무릎에 부담이 가는 업무로 인해 발병했거나 기존질환 내지 퇴행성 변화가 원고의 업무로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2) 항소심 및 대법원

항소심은 1심 판결에 더해 대법원 판결(91누10466)을 제시했다. 즉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업무상의 질병에 걸리고 2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같은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 경우 업무상 질병을 인정할 때는 근로자가 복수의 사용자 아래서 경험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그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원고는 1996년 5월부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무릎에 부담이 가는 업무에 종사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전체적으로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됐고, 결국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됐다.

3. 당해 판결의 의의

가. 기존 대법원 판결의 내용

근골계질환에 대한 법리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중공업 정비 노동자에게 발생한 ‘척추분리증’의 업무상질병 여부를 판단하면서 “특히 업무상질병은 그것이 업무상 부상에 기인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완만하고 계속적인 위험 원인의 작용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피해자인 근로자측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가 많은 점,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에서 중량물을 취급하는 업무 또는 요부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상태의 업무에 장기간(10년 이상)에 걸쳐서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나타난 만성적인 요통은 이를 업무상질병으로 보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는 업무 또는 작업 자세 등이 요추에 부담을 주는 업무에 장기간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발현된 만성적 요통 내지 요추관련 질병은 그것이 업무와 관계없는 외부적 충격이나 선천적 기형으로 인해 발생됐거나 단순한 연령의 증가에 따라 업무와 관계없이 일반적·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퇴행성 척추변화의 결과로 발생된 것이 아닌 한 작업의 방법과 태양, 작업조사 기간, 취급하는 물건의 무게, 근로자의 나이·체질·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라고 했다(대법원 99두11233 판결).

나. 업무부담작업의 판단

지금도 근골격질환에 대해 업무상재해로 요양신청을 하는 경우 재해조사시트를 작성하고, 작업동영상을 촬영해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업무 이력은 해당 사업장에 국한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전 사업장이나 이전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지 못하다. 이전의 업무내역 및 업무부담 여부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근골격계질환이 오랜 업무 종사기간에 걸쳐서 점진적·누진적으로 악화·발현되는 질병임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행정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 현실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가 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사건에서도 하청회사는 처음부터 산재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사업주 날인을 거부하면서 법원의 사실조회에도 비협조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업무부담 여부에 대한 중요한 자료(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보고서 등)를 가진 원청인 현대자동차도 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며, 이에 대해 행정소송에서 실효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최근 일부 산재 행정소송에서 제3자인 사업주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인 사례가 있으니 앞으로는 원청의 태도도 바뀌리라 기대한다.

나. 업무기인성의 판단

업무기인성 판단은 원고의 상병이 업무 외의 사고나 단순한 연령의 증가에 따라 업무와 관계없이 일반적·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의 결과인가, 아니면 업무로 인해 발생 또는 악화·발현된 결과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2002년부터 무릎부위 상병의 치료를 받았고, 요양신청 상병 중 하나인 ‘무릎관절증’으로 진단된 바 있다. 피고는 원고가 운동경기 후 치료받은 전력 등이 확인돼 업무 외적으로 발생했음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를 위해 1심에서 각 정형외과 및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기록감정 촉탁을 했으며, 항소심에서는 감정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조회를 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운동 중 부상으로 인해 연골이 파열됐다는 진료기록은 찾을 수 없었고, 운동 등으로 인한 부상의 정도가 수행하는 업무의 수행을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명백히 업무 외적으로 발생한 증거가 없다고 한다면 원고가 종사한 업무내역·업무기간·업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는 의학적 판단으로만 업무기인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명확한 취지이기도 하다.

다. 퇴행성 질환 판단

이 사건 적용 조문은 옛 산재보험법 시행령(별표 3)의 “기존 질병이 업무로 인해 악화됐음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사건 또한 마찬가지로 단순한 퇴행성 질환이라고 해서 불승인된 사안이다. 모든 근골격계 질환은 당연히 퇴행성이다. 사고성 질환 또는 외상성 질환은 기본적으로 퇴행성 질환이 아니다. 퇴행성 질환의 규정이 아니라 퇴행성에 있어 업무의 기여도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산재보상법 시행령 별표에 “신체부담 업무로 인해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판례 취지상 당연한 문구 삽입이다. 공단의 무리한 항소와 상고로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 3년6개월의 쟁송 기간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는 산재불승인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단이 왜, 무엇을 위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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