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5월1일 노동절을 앞두고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본조 간부들은 지부로, 지부 간부들은 분회로 하방 중이다. 다음달 1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리는 '노동탄압 분쇄와 관치금융 철폐를 위한 전국금융노동자대회'에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5만여명이 금융노동자대회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진행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된 데다, 정부가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예고한 탓에 참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문호(54·사진) 위원장은 양대 노총이 노동절 집회 뒤 각자 행진해 만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동절 행사 뒤 한곳에 모여 양대 노총 위원장이 '반박근혜 정권 투쟁선포식'을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를 만난 김 위원장은 "정부가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조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중단하고, 노동자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노동계 저항은 갈수록 거세질 것이고, 노사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삼모사 정책과 협박에 더 이상 굴하지 않겠다"

-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이 결렬됐는데.

"예고된 파국이었다. 정부와 재계는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 근로조건을 개악하는 내용만 들이밀었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의무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은 국민과 노동자들의 희망을 빼앗고 절망과 나락으로 내모는 것이다. 처음부터 방향과 관점이 잘못됐다."

- 한국노총이 제시했던 5대 수용불가 사항 중에서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문제가 쟁점이었다.

"법적으로 경영상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이미 열려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퇴출할 수 있게 일반해고 요건까지 완화하겠다고 한다. 5년 동안 열심히 일해도 입사 5~6년차에 하위 10%에 속하면 저성과자로 찍혀 퇴출될 수도 있다. 사용자들에게 해고면허를 쥐어 주겠다는 얘기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완화도 마찬가지다. 한 기업에서 임금 총량에 변화가 없으면 노동조합의 동의가 없어도 사용자가 임금체계와 근로조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조를 무력화하고, 노동자 통제와 지배를 확대하려는 꼼수다."

- 근로소득 상위 10% 이상 임금을 동결해 청년고용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노사정이 의견접근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약 120만명의 노동자들이 상위 10%에 속한다.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정상적으로 기업에 입사해 20~30년 근무한 노동자라고 보면 된다. 이들이 6천만~7천만원 이상 받으면서 일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기업들이 쌓아 둔 1천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과 대기업·중견기업 CEO들의 연봉을 보라. 자기들은 가질 거 다 가지고, 채울 거 다 채우면서 20~30년 일한 직원들의 임금만 동결한다? 말이 안 된다. 설령 노동자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임금을 동결한다고 해도 외부 강압이나 잘못된 논리로 누명 쓰듯 이뤄지면 안 된다. 금융노조는 지난 11년간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임금인상을 자제해 왔다. 정규직 임금인상을 자제해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들의 임금인상 재원으로 사용했다. 이런 사회적 활동에도 매번 고액 연봉자로 몰려 대단히 큰 잘못이라도 한 듯이 비난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정부 때도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며 금융·공공부문 신입직원들의 초봉을 20% 삭감한 적이 있는데.

"2009년 초임삭감 정책은 신입직원 초봉을 깎아 그만큼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명목으로 시행됐다. 결과는 어땠나. 고용이 창출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 당초 예정했던 신규직원을 뽑거나 약간 더 뽑아 생색내는 정도에 그쳤다. 당시 고졸자 채용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일시적으로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조삼모사 식이다. 일회적 성과만 지향하면서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다.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얘기에 넘어가지 않겠다. 압박을 하고 협박을 해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부가 공공부문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사정 대타협 결렬의 결과는 고스란히 공공부문으로 돌아올 게 확실하다. 지난해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들이 공동대책위원회로 뭉쳐 싸웠다. 일정 정도 성과도 있었지만 큰 문제를 노출시킨 게 사실이다. 공동대책위 대표자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얘기하면 현장에서는 지도부를 탓하는, 서로 간의 핑퐁게임 양상도 있었다. 올해는 그런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표자들은 노동계 리더답게 관점과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강력하게 현장을 이끌어야 한다. 단위사업장도 자기 사업장 이기주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지난해 공대위가 남긴 교훈이다. 올해는 굳건히 연대해서 잘 헤쳐 나갈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행혁신성평가는 관치금융 정점"

- 노동절 전국금융노동자대회를 준비하면서 지부와 분회를 순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 반응은 어떤가.


"금융노조는 노동절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애초 3만명 집결을 목표로 했는데, 주요 지부들이 잇따라 목표를 넘어서는 예상을 내놓았다. 그래서 5만명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조합원들은 해고와 임금체계 개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 산별중앙교섭이 시작됐다. 올해는 임금교섭만 있는 해인데 어떻게 전망하나.

"정부가 노사정 협상에서 합의되지도 않은 '상위 10% 임금동결' 문제를 합의된 내용인 양 언론에 흘리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올해 임금교섭도 상당한 격량을 겪을 것 같다."

- 안심전환대출이 대국민 흥행에 성공했지만 현장에서는 만만찮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관치금융의 정점을 찍었다. 민간은행 돈을 가지고 정부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기준을 정해 줬다. 따르지 않으면 엄청난 보복을 하겠다는 것인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한 가지 짚어 볼 것은 안심전환대출이 과연 서민을 위한 제도였냐는 것이다. 집값 9억원까지 안심전환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값 9억원 하는 곳이 어딘가. 강남이다. 말이 서민이지 실제로는 부자를 위한 제도다. 강남에 9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은행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은행노동자들이 봉인가. 지난해 카드대란 때에도 직원들이 유산하고 실신하고, 온갖 일을 다 겪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 은행혁신성평가도 관치논란에서 빠지지 않는데.

"역시 관치금융의 극단이다. 은행산업은 반도체나 IT산업과는 다르다. 반도체·IT산업은 혁신적이어야 하지만 은행은 안정성과 건전성을 기본 바탕으로 점진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은행산업을 모험자본으로 여기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은행들을 일렬로 줄 세우기 해서 혁신성을 평가하겠다니. 민간기업을 이렇게 주물러도 되는 건가. 정부도 문제지만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주회사 회장들과 은행장들이 더 문제다. 수치심을 느끼고 대오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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