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평창 동계올림픽이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사망하는 건설노동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폴리나 톨렌티노(49·사진 오른쪽) 국제건설목공노련(BWI) 아시아태평양사무국 대표와 크리스터 발리바라(44·사진 왼쪽) 노르딕 건설목공노련(NBTF) 사무총장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안전이다. BWI와 가맹노조인 NBTF는 2018년 개막을 앞둔 평창 동계올림픽 건설현장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3일 한국을 찾았다.

BWI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대형 국제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국가를 찾아 현지 건설노동자의 안전과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들은 "올림픽 개최국에서는 경기장·숙박시설·인프라 시설 등 대규모 공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조직된 노동자가 노사정 교섭에 참여해 건설노동자 안전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일노동뉴스>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건설산업연맹 회의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톨렌티노 대표와 발리바라 사무총장은 “건설현장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는 사용종속관계가 아닌 협력적(copartner) 관계”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건설노동자 희생된 소치, 노조 부재 탓

- 소치 동계올림픽은 건설 과정에서 유난히 사고가 많았던 올림픽이었다.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숨진 건설노동자는 6명에 불과했다. 런던 올림픽은 1명, 브라질 월드컵은 7명이었다. 그런데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기간에 목숨을 잃은 건설노동자가 60명으로 폭증했다.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뒤섞여 일했으니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노동자들은 임금도 받지 못했다. 소치와 다른 올림픽의 차이를 만든 것은 노사정 교섭이었다. 소치를 제외한 개최국에서는 건설업종 노사정이 임금·안전·근로조건을 놓고 단체교섭을 했다. 소치에서는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요구할 발판이 없었던 셈이다.”(발리바라)

- 평창 동계올림픽 공정률이 10%를 넘어서고 있는데.

“한국의 노동인권은 소치와 카타르보다 나은 편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매일 2명의 건설노동자가 사고로 죽을 정도로 건설업종 산업재해 사고가 빈번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건설노조가 내·외국인 건설노동자 안전·처우에 대한 노사정 교섭을 만들어야 한다.”(발리바라)

“노조에는 산업안전 분야 전문인력이 있다. 노조 안전전문가가 건설현장에 출입해 위험요인을 지적하고 개선한다면 산재 1위국이라는 오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건설회사가 노조간부의 현장출입을 막고, 노조가 추천한 안전전문가를 배제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는 회사가 필요한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전문인력이다. 회사가 자재와 비용을 댄다는 점에서 건설업종 노사는 협력적인 관계(copartnership)에 있다.”(톨렌티노)

“평창, 소치 전철 밟아선 안 돼”

- 한국 정부와 건설회사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국민, 건설노동자 모두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열게 돼 자랑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평창에서 올림픽 정신이 오롯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준비 과정에서 노동자가 한 명도 사망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목숨으로 치른 올림픽을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겠나.”(톨렌티노, 발리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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