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ㄱ대학교 이공계 대학원생 A씨는 자신을 '연구 노예'로 칭했다. 그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연구프로젝트에 몰두했다. 연구원생들의 통장에 입금되는 프로젝트 인건비는 월 160만원이었다. 그런데 연구실 대표 선배는 이를 걷은 뒤 1인당 월 40만원씩만 나눠 줬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도 학기당 8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을 내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교수가 자녀 논문 대필을 요구하거나 폭언을 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연구원생 인건비 책정부터 학위심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이 지도교수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는 13일 오후 '대학원생의 눈물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서 A씨를 포함한 대학원생들은 등록금으로 인한 생활고와 교수의 인권침해 문제를 증언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원은 1천209개다. 대학원생은 33만명이다. 국립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등록금은 평균 535만원, 사립대는 1천43만원이다. 지난해 서울대 대학원생 1천488명이 참여한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마련 방법은 연구원·조교 등 학내 근로로 받는 임금(31%)과 가족의 지원(30.1%), 장학금(17%), 학교 밖 임금(9.9%) 순이었다.

학내 근로를 한 응답자의 69.8%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임금은 월 60만~90만원 미만(23%), 30만~50만원 미만(22.9%)이 많았다. 절반(53.3%)이 60시간 미만 일했는데, 월 160시간 이상(24%)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수로부터 과도하거나 대가를 못 받는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응답은 20.8%였다.

이우창 서울대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정책국장은 "개별적 인권침해를 넘어 대학원의 학업연구환경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학원과 정부는 학업·생계가 가능한 장학금과 교내 일자리, 연구시간 보장, 교수로부터 대학원생의 권리 보장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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