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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선 평전-어머니의 길 76] 합법인지 불법인지 토론해 보자
편집부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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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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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3일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영면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다.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는 어머니에게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 주세요”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소선 여사는 2011년 9월3일 목숨을 다할 때까지 아들의 유언을 지키는 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소선 여사 3주기를 맞아 <이소선 평전-어머니의 길>을 연재한다. 저자 민종덕 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1990년 이소선 여사 회갑 즈음에 구술을 받아 평전을 집필했다. 당시 1979년의 삶까지 담았는데, 이번에 그 이후 삶을 보강할 예정이다. 평전은 오마이뉴스와 동시에 연재된다.<편집자>

 

   
▲ 1984년 4월12일 거행된 청계피복노조 현판식. 민종덕
   
▲ 청계피복노조 사무실 집기가 길바닥에 팽개쳐져 있다. 민종덕


청계피복노조는 감격스러운 복구대회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부터 준비해 놓은 사무실에 입주했다.

집행부 진용도 짰다. 총무부장 김성민, 조직부장 박계현, 교선부장 지수희, 조사통계부장 문혜경, 쟁의부장 가정우, 복지대책부장 김종숙 등이다. 이 중에서 상근간부는 위원장·사무장·총무부장·조직부장·조사통계부장·쟁의부장으로 정했다. 이소선도 노조 사무실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집행부는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우선 시장 상가 전체 노동자들한테 노조 복구 사실을 보고하는 글을 만들어 각 사업장에 배포하고, 동시에 노조가입원서를 받기로 했다.

“2만여 청계피복 노동자 여러분, 청계피복노조가 불법 부당한 해산명령을 거부하고 노동조합 본연의 임무를 재개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과 인간다운 생활을 쟁취합시다.”

이런 취지의 글을 손글씨로 써서 대량 인쇄해 상근간부들이 각 상가 공장을 방문해 배포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 노동조합은 정당성을 가진 노동조합입니다. 우리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공장을 당당하게 방문하고 노동자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사용주의 부당한 처우에 대응해야 합니다. 어떠한 방해가 있다 해도 의연하게 대처합시다. 파이팅!”

간부들은 출정식을 하듯 "파이팅"을 외치고 각 상가 공장을 방문했다. 물론 사용주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합간부들은 당당하게 공장에 들어가 노동조합이 재건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연설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주측과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복구된 청계피복노조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장에 접근해 노동자들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살아남는 길임을 알고 실천했다.

다시 건 노조 현판, 시작된 탄압

조합간부들의 현장 활동이 계속되자 1984년 4월11일 성동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노조 사무실에 들어와 유인물과 서류를 압수해 갔다. 상근간부들이 현장에 나간 틈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노조는 강력히 항의해 압수해 간 유인물과 서류를 되찾아 오기도 했다.

그러자 경찰·근로감독관·시장 경비들이 합세해 조합간부들이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시작했다. 상근간부들은 이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사무장·조직부장·쟁의부장을 연행해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시킨 것을 비롯해 복구대회 이후 8차례에 걸쳐 16명을 연행 조사해 노동조합법 위반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된 간부가 7명에 이르렀다.

4월12일에는 조합원을 비롯해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조합 현판식이 거행됐다. 이소선은 ‘청계피복노동조합’이라고 새겨진 간판을 새로 걸게 된 것이 마치 난파된 배를 다시 고쳐 새로운 배로 만들어 띄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노조 간판을 붙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의 은총으로 청계피복노조를 지켜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이소선은 전날 현판식에 참석한 사람들한테 먹일 김치를 밤늦도록 담갔다. 노동자들이 힘든 일을 마치고 행사에 참석해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니 김치 담그는 일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김치에 떡과 머리 고기, 막걸리도 준비했다. 참석자들은 식후에 이 음식을 먹으며 풍물놀이를 하고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밤늦게 사무실 문을 잠그고 귀가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또 일이 터졌다. 상근간부들은 출근하다가 사무실 앞에서 깜짝 놀랐다. 노조 간판이 뜯겨지고 사무실 집기며 서류가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사무실 문 자물쇠는 뜯겨 있었다. 밤사이에 누가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다. 조합간부와 출근하던 조합원들은 분노했다. 77년 노동교실을 빼앗아 가던 모습, 81년 노조 사무실을 빼앗아 가던 그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위원장은 분개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찌감치 성동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실실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 형사한테 달려가 멱살을 잡았다.

"네놈들이 건물주한테 압력을 넣어서 이렇게 하도록 시켰지? 그러니까 네놈들 손으로 원상복구해!"

그 형사를 앞에서 끌고 조합원들은 밑에서 밀고 3층 사무실까지 올라갔다.

"네 손으로 문을 열어!"

형사는 자기 손으로 문을 열고 나서 혈압이 올라 죽을 것 같다며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전투경찰들이 건물 주위에 새까맣게 깔리기 시작했다. 출근하던 조합원들 역시 비상동원이 됐다. 경찰과 조합원 사이에 대치 선이 형성됐다. 조합원들은 간판과 집기를 사무실로 옮겼다.

경찰이 막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몸싸움에 앞장선 총무부장 김성민과 조합원 이재환을 경찰 닭장차에 싣고 연행하려고 했다. 여성조합원들은 "우리도 가겠다"며 차에 매달렸다. 경찰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리는 조합원들을 떼어 놓고 출발하려고 했다. 이때 김영선 부위원장이 경찰 차바퀴 앞에 드러누워 외쳤다.

"나를 깔아뭉개고 가라!"

나머지 조합원들도 따라 누워 버렸다. 이렇게 버티자 경찰은 병력을 증강해서 여성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회계감사인 이경숙은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 밖에도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소선은 아들 전태삼과 함께 급하게 달려갔다. 조합원들이 경찰과 한창 싸우는 중에 도착해 싸움에 합세했다.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사무실 집기를 바라보는 이소선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이렇듯 야만적인 탄압을 어떻게 물리치고 노동자가 활개를 펴고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이날의 싸움으로 남자조합원 두 명이 연행됐다. 노조는 경찰과 3시간여 동안 몸싸움 끝에 끝내 경찰을 물리쳤다. 조합원들은 사무실 집기를 다시 옮겨 이날 정오부터 사무실이 회복됐다.

사무실은 지켰지만 그렇다고 노동조합이 사무실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중을 향한 끊임없는 활동을 통해 지지를 얻고 그들을 조직으로 이끌어 내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자신을 억누르는 그 어떤 세력과도 맞서 싸워 이겨야 했다. 따라서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 사활을 건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간부들은 쉬지 않고 현장에 나가 홍보·선전·조직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당국의 탄압 또한 집요했다. 노동부 중부지방사무소 근로감독관들은 각 사업장을 다니면서 노동자를 위협했다.

"지금 노동조합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은 불법이다. 불법적으로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근로자를 선동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모두 감방에 들어간다. 그놈들 선동에 놀아나다간 신세 망친다."

근로감독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4월21일 사용주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근로감독관은 사용주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업주 여러분 요즘 불순한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표방하고 있어 여러 가지로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 주시길 바랍니다. 작업시간이 길다는 불평불만이 있는데, 교황이 왔다 갈 때까지만 8시에 일을 끝내 주십시오. 노조는 불법이기 때문에 교황이 다녀가면 없앨 겁니다."

이 무렵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를 다녀가기로 돼 있었다. 국내 인권상황에 대해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중부지방사무소 근로감독관은 물론이고 경인지역 근로감독관·시청·구청·동사무소 직원까지 총동원돼 전체 상가 공장 앞을 지키고 서서 노조간부 접근을 막았다. 그들은 노동자들과 업주들한테 "노조간부가 왔다 가면 신고하라. 공장에서 노조에 가입할 사람이나 데모할 만한 사람이 있으면 신고하라"고 요구하며 사업장을 수시로 점검했다.

합법노조인지, 불법노조인지 공개토론하자

노동부는 '불법노조'라는 명분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했다. 노조에 공문을 보내 현재 노동조합은 불법노조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과 노조활동을 중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노조는 복구한 청계피복노조가 불법노조인지 아닌지 공개토론을 해 보자는 의견을 노동부와 서울시에 했다. 서울시에 대해서는 81년 해산명령조치가 합법적이고 정당했는지 토론하자는 의도였다.

아울러 청계피복노조의 합법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15개 민주·민권·종교단체들이 ‘청계피복노동조합 합법성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그해 5월1일 형제교회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동부 노정국장과 서울시 보사국장을 초청해 청계피복노조에 대한 정부측 입장을 듣기로 하고 초청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노동부와 서울시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없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5월1일 저녁 8시 공개토론회가 열리는 장충동 형제교회 주변에서는 로마병사처럼 완전무장을 한 전투경찰들이 교회 입구를 포위하고 있었다. 교회가 동네 가운데 있기에 길목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대신 지나가는 행인마다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위협했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2천여명이 참석했다. 교회는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찼다. 교회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인원은 장충동 주변에서 "청계피복노조 탄압 중지"를 외치며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밖이 소란한 가운데 토론회는 시작됐다. 노조 위원장의 현황보고가 있었고, 이어 한국교회사회선교회 총무 김경남 목사의 '청계피복노조 합법성 여부에 관한 법률적 검토' 그리고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위원장 방용석의 '해산명령의 부당성과 복구대회의 정당성'이라는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진지하게 토론·분석해 본 결과 서울시 해산명령이나 노동부 중부지방사무소의 현 노동조합에 대한 불법성 지적은 법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현재의 청계피복노조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합법적인 노조임을 확인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15개 단체 명의로 된 성명서가 발표됐다. ‘어머니의 말씀’ 순서에서 이소선은 “청계피복노조를 위해 관심을 갖고 함께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한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도 연대를 통한 노동자 권리회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자”고 말했다. 토론회는 밤 10시50분이 돼서야 끝났다.

토론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도 경찰들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돌아가는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정사복경찰과 정체불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귀가하는 여성조합원 안무연(18세 시다)·윤옥순(21세 미싱사)·김미경·김화선(조합원)을 폭행했다.

민종덕 전 전태일기념사업회 상임이사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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