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탄압과 압박이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에 대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대화가 결렬되고 민주노총 총파업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정부 개악안의 주요 내용은 임금체계를 개악해 조합원들을 분열시키고,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취업규칙 개악 등을 통해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이 쌓아 온 성과를 한꺼번에 모조리 날려 버리겠다는 의도다.

박근혜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바탕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무력화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다수 여당인 새누리당의 힘과 새정치민주연합 같은 야당의 은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입법기관인 국회를 동원해 노동조합운동을 박살내겠다는 것이 행정부인 박근혜 정부의 의도다.

사법부 역시 금속노조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001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산별노조로 출범해 지금까지 14년간 한국형 산별노조의 모형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사용자단체 구성 의무화, 산별노조의 단체협약 적용범위 확대 같은 중요한 장치들을 구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금속노조는 각 사업장별 특성을 모두 아울러 단일노조 기치를 내걸고 이를 위해 투쟁했다.

금속노조 초기에는 산별중앙교섭 쟁취를 위해 지역지부의 집단파업을 전개하며 산별중앙교섭을 만들었다. 미조직·비정규 사업에 많은 예산을 배분해 집행하고, 지역공동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력을 동원했다. 매년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법정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산별 최저임금을 쟁취하고 이를 통해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대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사업장별 담벼락을 넘어 산별노조를 건설해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지역노동운동을 활성화하고, 사업장별 노동조건을 상향평준화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투쟁을 전개했다.

2003년 주 5일제, 주 40일 노동시간제를 민주노총에서 맨 처음 도입한 것도 금속노조였다. 사업장은 모두 달라도 ‘하나의 단일노조’라는 기치 아래 공동요구안을 만들고, 교섭방침과 타결방침을 정해 실행에 옮겼다. 경우에 따라 노조 방침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평가와 반성을 진행하고,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금속노조의 내부 규율과 규약은 법원 판례에서 효력을 인정받는 데 이르렀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 방식으로 ‘산별노조가 맞냐 안 맞냐’를 판단하려 하고 있다. 노사 자율 원칙에 따라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독려해야 할 사법부가 노동운동에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하고 있다.

한국 노조법은 구래의 노동현실만을 반영하고 있다. 새로운 노동운동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통해 산별노조운동에 편향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간섭과 개입을 하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척박하고 메마른 토양에서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한국 산별노조에 철퇴를 가하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19개 지부, 200여개 지회로 구성돼 있지만 현장 의견을 수렴해 단일한 방침을 정해 왔다. 규약과 규정,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에 따라 오직 금속노조 위원장이 단체협약 체결권을 갖는다. 교섭권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위임될 뿐이다. 금속노조는 이런 점에서 한 치의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노조법으로는 노조파괴 사용자를 처벌할 수도, 구속할 수도 없다. 명백한 증거들이 있는데도 사용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산별노조에 대한 법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입법부는 이런 점을 법으로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법원은 이미 존재하는 노동조합을 법으로 재단하고 파괴하는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산별노조의 운동은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하고, 사회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입법·사법·행정부의 다각적인 압박과 탄압에 맞서 금속노조는 총파업을 사수하고, 산별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한 치의 타협 없이 투쟁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