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결국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연초 공장폐쇄 계획을 밝힌 이후 377명 중 271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4월1일 82명을 정리해고했다. 이제 하이디스에는 시설보수 인력 20여명만 남고 모든 인원이 정리됐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경영 위기를 들어 정리해고를 단행했지만 역설적이게도 하이디스는 2014년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1천800억원 매출에 846억원 순익을 기록했다. 순익률이 47%나 된다. 참고로 애플의 최고 순익률은 24%, 삼성전자는 17%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생산물량이 없어 흑자에도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생산물량을 의도적으로 없앴다는 것이 정확한 말일 것이다. 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하이디스는 독일과 영국의 최고 브랜드 자동차에 소형 LCD 공급계약을 성사시켰고, 오히려 현재 이 생산계획을 파기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다. 하이디스 대만 경영진들이 불가피하게 공장을 폐쇄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장을 폐쇄했다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이디스가 가지고 있는 광시야각 기술로 1~2년 전부터 엄청난 현금을 벌기 시작했는데, 이 현금을 본사로 가져가는데 한국 종사자들과 노조가 방해가 되기 때문에 회사를 아예 종사자 없는 종이회사로 만들기로 대만 경영진들이 결정한 것이다.

하이디스는 기술료로만 2013년 584억원, 2014년 1천214억원 이익을 거뒀다. 하이디스가 밝힌 기술계약들을 보면 앞으로 최소 5천억원, 많으면 1조원 이상을 2020년까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수입은 비용이 들어갈 게 없는 알짜 현금 순익이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런 게 바로 한국에서 정리해고 명분으로 이용되는 경영상 위기다. 필자가 경험한 몇 가지 ‘만들어진 경영상 위기’ 유형은 이렇다.

첫째, 회계 조작. 기업 회계는 사업주와 회계감사가 적당히 짜면 장부 상에만 존재하는 손실로 만들 수 있는 항목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게 유형자산 평가와 관련한 것이다. 쌍용차가 대표적이다. 2008년 쌍용차는 현재도 생산하고 있는 차종들을 단종할 것이라고 계획서에 써 놓고, 그 계획서를 근거로 설비자산의 미래수입 예상분을 삭감해 기계 설비 가치를 폭락시켰다. 5천억원이 넘는 적자가 장부에 기록됐고, 이는 회사가 정리해고 없이는 이익을 만들 수 없다는 근거가 됐다.

둘째, 내부 거래. 최근 기업들은 중소기업까지도 수많은 계열사들을 거느린다. 그래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조금만 이용하면 특정 사업부문이나 특정 계열사에서 대규모 적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구미 KEC를 보자. KEC는 사업주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페이퍼컴퍼니 밑으로 KEC 계열사 일부를 넘기고, 홍콩 지주회사 소속 회사들을 통해 수입 거래와 부품 거래를 하면서 KEC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다. 계열사 간 거래는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 기준도 없고, 사업주 마음대로 손실과 이익을 조정할 수 있다. KEC는 몇 차례에 걸쳐 이런 경영상 위기를 명분으로 정리해고를 시도했다.

셋째, 사업 계획 바꾸기. 미래 경영상 위기까지 대법원이 인정하자 사업주들은 종이 쪼가리 계획서 몇 장으로도 정리해고 명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사업계획을 법원이 검증할 수 없는 이상 사업주가 미래에 생산물량이 없다고 하면 그냥 그게 위기가 되는 셈이다. 현재 하이디스가 딱 그렇다.

넷째, 억지 생산성 비교. 경쟁사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아 경영상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도 광범위하게 사업주들에게 이용된다. 하지만 이 생산성이라는 것이 생산성을 둘러싼 변수들을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분석자가 의도한 대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철도공사가 그랬다. 철도공사는 다른 공기업과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하면서 아예 산업 자체가 다른 가스 도매기업인 가스공사와 비교를 한다든지, 인건비를 비교하면서 분업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유럽 철도의 인건비 비중이 낮은 부분과 한국의 가장 높은 부분을 비교하는 꼼수를 부렸다.

하이디스 정리해고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정리해고 법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정부와 재계는 해고를 더 유연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현실에서는 노조가 힘으로 막는 것 외에 정리해고를 규제할 방법은 거의 없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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