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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평 3·13기념사업회 회장] “간도일본총영사관은 고문·생체실험 본거지였어요”

간도일본총영사관을 보는 순간 몸이 움츠러들었다. 외벽에 옅은 황색 타일을 붙인 사각형 건물이 마치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졌다. 입구는 회색벽돌로 쌓은 아치형이었는데 당시 서양 건축양식을 그대로 옮겨 온 듯 보였다. 그때 아치형 출입구에서 용정지역 사진작가들이 한눈에 봐도 세련된 여성 모델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 대고 있었다. 이쯤 되면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만도 한데 매일노동뉴스 백두산 평화기행단은 숨죽이며 영사관을 바라봤다.

일행은 생생한 증언을 듣기 위해 강사를 모셨다. 리광평(71·사진 맨 앞) 3·13기념사업회 회장이자 중국조선민족사학회 이사. 일제 침략에 맞선 독립선언과 만세운동이 1919년 3월1일 조선반도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다. 북간도 용정에서는 같은해 3월13일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연변과 연해주 일대에서 용정으로 모여든 2만여명의 조선인들이 조선독립을 외쳤다.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는 조선인 틈에서 사복을 입은 일본경찰이 섞여 있었다. 변복을 한 일본경찰은 폭력시위를 유도했고, 이에 자극을 받은 중국군은 시위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 시위 현장에서 조선인 10명이 죽고, 94명이 체포됐다. 34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후 확인된 사망자는 19명이었다.

리광평 회장은 “기념사업회는 독립만세운동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단체”라며 “시민들이 해마다 의사림(義士林)에 모여 추모제와 학술제를 연다”고 소개했다.

간도일본총영사관은 현재 용정시청으로 활용되고 있다. 간도일본총영사관은 조선통감부가 용정에 설치한 임시파출소에서 시작했다. 1907년의 일이다. 조선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청나라 조정이 혼란한 틈을 타서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상설은 만주로 망명했다. 그리고 용정 최초의 민족교육기관인 서전서숙을 세웠다. 통감부 임시파출소는 서전서숙을 감시하고 교육을 방해하는 데 앞장섰다.

리광평 회장은 “통감부 임시파출소의 회유에도 서전서숙은 잘 버텨 냈다”며 “하지만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1년 만에 폐교했다”고 전했다.

간도일본총영사관은 1909년 9월 중·일 간 간도협약에 따라 용정에 설치됐다. 영사관은 타국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경찰과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은 임시파출소에 이어 영사관에도 경찰관을 근무하게 했고, 나중에는 군대까지 파견했다.

일본은 1920년 항일운동을 탄압하고, 만주를 침략하기 위해 중국 마적단을 매수해 훈춘사건을 일으켰다. 매수된 마적단이 일본영사관 분관과 조선인을 습격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구실로 2만여명의 군대를 연변에 파견했다. 일본 군대는 조선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경신년 대토벌을 일으켰다. 일본군의 조선인 학살에 맞선 투쟁이 바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이다. 간도일본총영사관은 일본 정부의 전략적 거점이었던 셈이다.

“간도일본총영사관에는 경찰과 간첩이 많았어요. 조선인 항일운동가를 잡아와 고문하고 가두는 곳이었습니다. 감옥에 항일운동가들이 넘쳐나자 영사관 지하실도 활용했어요. 영사관은 만주지역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기관이기도 합니다. 만주침략을 준비하는 공간이었죠.”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 돌계단을 내려가니 지하실이 나왔다. 분위기는 음산했다. 당시 고문실과 감옥이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금방이라도 고함치는 목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간도일본총영사관은 1937년 폐쇄됐다. 일본 관동군은 1931년 9월 만주사변을 일으켰고, 이듬해에는 괴뢰정권인 만주국을 세웠다. 간도일본총영사관은 1937년 창춘으로 이전했는데, 원래 자리에는 간도의학원이 들어섰다.

리광평 회장은 “의학원으로 바뀐 뒤에는 더욱 끔찍한 만행이 저질러졌다”며 “의학원은 잡아온 항일운동가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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