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섭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표)

대상판결/ 울산지방법원 2012가합10108 임금

1.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현대중공업(피고)에서 근무했다. 피고는 피고 소속의 전체 근로자에게 기간상여·명절상여·연간상여(이 사건 상여금) 등 연간 총 800%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상여금이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각종 법정수당을 계산할 때 통상임금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추가해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를 제기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울산지방법원은 이 사건 상여금 800%가 모두 통상임금이고, 원고들의 추가 임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대상판결은 “기간상여는 매 2개월, 연간상여는 매년 12월 말에, 명절상여는 매년 설과 추석에 각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서 정기성을 갖췄다고 인정되고, 급여세칙에서 그 지급대상은 특별히 비대상 또는 지급제한을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 종업원에게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에 관해 비대상 또는 지급제한을 따로 규정한 바 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됨으로써 일률성도 갖췄다고 인정되며, 상여금을 지급받기 위한 별도의 조건을 정하지 아니한 채 퇴직자와 지급대상 기간에 중도 입사한 사람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기로 정함으로써 고정성도 갖췄다”며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고, 더불어 원고들의 추가임금 청구가 신의칙위반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3. 대상 판결 검토

대법원은 2013년 12월18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 해당성 판단기준과 신의칙 적용에 대해 판결한 바 있으나, 위 대법원 판결을 각 사업장에 적용함에 있어 사업장의 상여금 지급규정이나 관행에 따라 각론적인 쟁점이 존재했다. 대상사건은 비록 1심 판결에 불과하나,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기초한 주요 하급심 판결 중 하나로 관심을 모았던 판결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첫째 상여금 감률 규정이 상여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건에 해당되는가, 둘째 명절상여는 취업규칙에 정한 것과 달리 재직자에게 지급돼 왔던 경우 통상임금 판단시 ‘고정성’이 인정되는가, 셋째 원고들이 소 제기 이후 급격히 경영사정이 악화된 경우 추가임금 청구에 신의칙이 적용되는가라는 쟁점으로 정리된다.

가. 상여금 감률 기준과 이 사건 상여금의 고정성

피고의 급여세칙에 의하면, 피고는 일정한 기준임금의 연 800%를 상여금으로 직원에게 지급해야 하나, 직원이 유결·무결·지각·휴직·조퇴·징계를 받은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상여금을 일정비율로 감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여금 감률 기준에 의하면, 1회 결근 또는 견책시의 상여금 감률액이 상여금의 일할 금액을 넘고, 궁극적으로는 결근 또는 견책이 일정기간 반복되면 상여금 자체를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대법원은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는 외에 일정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을 성취해야 비로소 지급되는 것이고, 이러한 조건의 성취 여부는 불확실한 조건이므로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판결한 바, 이 사건 상여금이 일정기간 결근 또는 징계를 받지 않아야 지급되는 임금(즉 추가적인 조건을 성취해야 비로소 지급되는 임금)으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그러나 상여금 감률 기준에 따라 결근 또는 견책 등이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상여금 전액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일정기간 결근 또는 견책이 반복되는 것에 따른 특수한 결과일 뿐이지, 상여금 지급에 조건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 또한 1일 결근에 따른 상여금 감률액이 1일분의 상여금액을 초과하는 것도 고정성 인정의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제95조는 근로자에 대한 감급의 제재는 1회 평균임금의 50%, 총액은 1임금지급기 임금총액의 1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사가 징계로서 임금총액의 10%의 감봉을 결정해도 그것은 제재수단일 뿐이지, 징계에 따라 당월 임금지급액이 변경됐다고 해서 그것이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대상판결도 “지급 조건이라고 들고 있는 사유들은 판단의 전제가 되는 소정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들에 대해 피고가 가하는 제재를 근거로 한 것인 바 소정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 어떠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게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이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상여금 감률 기준이 통상임금의 고정성 판단에 고려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명절상여의 고정성

대법원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반면, 그 특정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제공 내용을 묻지 않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될 수 없으며(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가 상당기간에 걸쳐 그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이 사건 설·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설·추석 상여금에 대해서는 지급일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으로 부가됐다는 묵시적 노사합의나 관행이 확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결했다. 대상판결은 일반 사업장의 ‘정기상여’에 해당되는 기간상여·연간상여뿐만 아니라, 명절상여 100%(설·추석 상여 각 50%)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피고의 급여세칙이 기간상여·연간상여 및 명절상여 모두 퇴직자에게 근무한 기간을 일할 계산해서 지급하거나, 상여금 지급대상기간 중도입사자는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상 판결의 명절상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적시하는 ‘근로자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돼 고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되는 바, 대상 사건이 명절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것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기초한 판결로 보인다. 다만 대상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는 설·추석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 급여세칙과 달리 실제로는 명절상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급여세칙 규정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가 급여세칙을 준수하지 않았던 것에 불과해 이 또한 명절상여가 통상임금의 구성요소 중 고정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다. 신의칙 적용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기초한 추가임금 청구가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신의칙에 위반돼 추가임금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만으로는 법관의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피고가 부담해야 할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해야 하는지, 아니면 매년 피고가 부담했어야 할 금액과 그 당시의 매출액·당기순이익 등의 경영 상태로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 등 신의칙 적용의 방법이 명확치 않은 문제가 있었다. 대상 판결은 이 부분에 대한 하나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피고는 원고들의 소 제기 이전에는 경영상 어려움이 없었으나, 원고들이 소 제기 후 약 1년이 지난 2014년 급격히 경영상태가 악화돼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었다. 즉 추가임금 청구의 신의칙 적용시점을 법원의 판결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추가임금 청구일 이후 매년 경영 상태를 기초로 판단해야 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원고들의 추가임금 청구의 신의칙 적용 시점을 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한다면, 일단 원심·항소심·상고심의 판결시점에 피고의 경영 상태는 각각 달라질 개연성이 존재하는 바, 법원 심급별로 신의칙 적용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분명하다. 대상 판결은 2014년경 피고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사실은 고려해야 하나, 피고의 2014년 경영상태 악화를 원고들의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주된 고려요소로 보게 되면 피고의 경영악화를 원고들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피고의 2014년 경영상태 악화만으로 원고들의 추가임금 청구를 신의칙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상 판결은 이 사건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에 대한 각론적 쟁점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잘 따른 판결로 보인다. 다만 대상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통상임금에 기초한 추가임금 청구의 신의칙 적용 요건으로 제시한 “추가임금 청구가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사정”이라는 부분을 판결 시점의 피고의 경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원고들의 청구기간 전체의 피고의 경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 추가 임금 청구의 신의칙 적용을 제한했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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