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현 변호사(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법무법인 대안)

대상판결/ 울산지방법원 2013구합2185 판결

1. 본 사안의 개요

원고는 1990년 1월15일 A회사에 입사한 이래 여러 차례 전보·배치전환·부서이동을 겪었고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회사와 갈등을 겪었으며 1997년경 노동조합의 대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리하여 2001년부터 우울장애를 진단받고 2004년경 무렵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돼 소송까지 했지만 패소·확정됐다. 이즈음부터 회사는 원고가 자의로 회사를 그만두도록 원고에게 여러 가지 불이익한 처분을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 포터 차량을 이용해 순찰하던 지역을 도보로 매일 순찰하도록 지시한 것, 업무 분장에 대한 불만을 게시판에 게시했다며 경고조치한 것, 방재총무직을 박탈한 것, 기존에 해 오던 업무 방식에 비해 매우 복잡한 방식을 강요한 것, 원고가 업무수행 불가사유서를 제출하고 휴직을 신청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원고가 무단결근했다며 징계조치한 것 등이다. 그러던 중 2012년께 팀장과 면담을 하면서는 퇴사 압박과 인격 모독적인 발언까지 듣게 됐다. 그즈음부터 원고는 다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회사의 불이익한 처분에 항의하고자 회사를 상대로 인사명령무효확인 소송, 호봉 및 성과급 차등 지급에 대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임금 소송은 패소했다. 인사명령무효확인 소송은 “회사는 원고가 성실하고 평온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뿐 아니라 앞으로의 보직 등 배치에 있어 원고의 의사가 존중되도록 최대한 배려한다”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고 종결됐다. 그럼에도 회사의 불이익한 처분은 계속됐다. 원고는 정신과 진단서를 첨부해 회사에 휴직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대학병원의 진단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가하다고 했고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에 우울증·적응장애에 대한 산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2. 판결 내용

원고는 현재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태인데 직장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해고와 같은 상황이고, 과거 노동조합 관련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고 느끼고 있으며, 최근에 퇴사 압박을 받는 등 직무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바 이는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직접적인 발생원인 또는 최소한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 이 사건 상병은 직무와 관련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원고에게 1997년부터 정직·배치전환·전출·업무변경·퇴사권고 등의 스트레스들이 지속적으로 있어 온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직장생활에서 일반적·통상적으로 경험하는 업무 스트레스와는 다른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들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는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징계처분을 인사명령 및 복귀와 관련해 소외 회사와 갈등을 빚어 왔는데, 그 이후 원유운영팀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소외 회사에 서약서를 제출하거나 허위 사실을 게시판에 게재해 조직 분위기를 와해했다는 사유로 경고조치를 받고, 그 이후 방재총무직을 박탈당하고 도보로 매일 12킬로미터를 순찰하라는 지시를 받거나 순찰점검절차 및 순찰방법을 변경하고 점검양식을 복잡하게 한 현장순찰 점검업무 개선 보완 지시를 받았다. 또 변경된 업무에 대해 수행불가 사유서를 제출하고 휴직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단결근을 했다는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일련의 과정들이 원고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고, 비록 회사가 원고에게 인사명령 등에 있어서 일부 편의를 봐줬거나 팀장과의 면담이 팀장이 원고에게 사직을 강요한다기보다는 회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독려한 것에 중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판결의 의미

현대인들이라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항상 겪을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라는 것이 눈으로 보이거나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도 없으므로 과연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이것이 정신질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실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소송의 경우 이를 증명하기란 매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첫째 해고와 같은 고용불안을 다른 스트레스 원인들에 비해 가중된 원인으로 본 점, 둘째 원고가 1997년부터 지속적으로 겪은 정직·배치전환·전출·업무변경·퇴사권고 등의 스트레스들이 직장생활에서 일반적·통상적으로 경험하는 업무 스트레스와는 다른 것으로 본 점이 그것이다. 즉 이 판결에 따를 때 회사에서 퇴사 압력을 받은 경우 이는 다른 스트레스 요인들과는 다르게 그것만을 원인으로 해서도 충분히 정신질환을 일으킬 만큼의 가중된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고 또한 직장 내에서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지시 등을 넘어서 이례적이라 볼 수 있을 정도의 상황 변화가 있다면 역시 그것 또한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스트레스라고 본 것이다. 다만 질병의 특성상 모든 경우에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추후 여러 판결을 통해 사례가 좀 더 축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 판결의 가장 큰 의의는 그간 원고가 겪었던 정신적·심적 고통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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