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폭력 예방 등을 목적으로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교사들의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려 한 것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학생 및 학교시설물 보호를 목적으로 교문과 학교 현관 주변 등에 설치된 4대의 CCTV로 교사들의 출퇴근 여부를 확인하려 한 광주시교육청의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조사해 달라”는 진정에 대해 기각결정을 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달 27일 국제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심사에서 세 차례 연속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인권위는 “승인소위는 다음에 있을 인권위원장 임명과 관련해 다양한 사회계층의 광범위한 참여와 투명한 절차,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 등을 통해 선출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위상을 자인이라도 하듯이 교육부가 만든 ‘학교 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에도 반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묵인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CCTV 설치에 따른 노동자 인권침해 묵인한 인권위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수집 목적 범위를 넘어서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으며,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목적 외 이용이나 제3자 제공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 사유는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를 얻은 경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써 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와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의 재판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몇 가지 사유에 한한다.

교육부가 만든 ‘학교 내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에도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와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몇 가지 사유 이외에는 CCTV영상을 목적 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는 2013년 5월 “버스회사가 교통사고 증거 수집과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버스 안에 설치한 CCTV는 해당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며 “다만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수집된 녹화물을 CCTV 설치 목적과 직접 관계없는 운전기사의 징계 또는 근무평정의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다만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제2항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노동감시 목적 CCTV 악용 안돼

노동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권, 근로할 권리 등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예외적인 목적 외 이용이나 제3자 제공 요건은 엄격하게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CCTV를 다른 목적으로 설치해 놓고, 필요에 따라 노동감시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허용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해석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권위의 위와 같은 결정은 부당하다. 행정자치부와 고용노동부는 노동감시와 관련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현장에서 이를 따르도록 지도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 3권이 있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단체교섭을 통해, 없는 곳에서는 노동조합을 조직해 사용자의 노동감시에 대응하는 방향의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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