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최근 학부모로부터 민원전화를 받았다. 돌봄교실에 맡겨 놨던 자녀가 수업시간에 다쳤는데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교장은 돌봄전담사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려 발걸음을 옮기다 고민에 빠졌다. 해당 돌봄전담사는 교육청 소속이 아니라 위탁업체에서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였다. 파견노동자인 돌봄전담사에게 교장이 직접 업무지시를 하면 불법파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교장은 고민 끝에 위탁업체 관계자에게 전화내용을 설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금자)는 30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파견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전국 각 지방노동청에 돌봄교실 등 위탁고용에 대한 불법파견을 진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충남교육청은 2012년 돌봄전담사 업무를 재단법인 나우누리에게 맡기는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직접고용돼 있던 돌봄전담사들에게는 근로계약을 나우누리로 옮길 것을 종용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충남에는 270여명의 돌봄전담사들이 나우누리 소속으로 일했다.

돌봄전담사들이 학교에서 파견노동을 하면서 업무지시 문제를 두고 잦은 갈등이 발생했다. 돌봄교실 사례도 그중 하나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의 최종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는데, 파견노동자들이 돌봄교실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교장의 권한 밖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전말봉 노조 충남지부 조직국장은 "돌봄전담사 직접고용 요구를 충남교육청에 제기한 뒤 간접고용 문제점에 동의하는 지역 교장들이 적지 않았다"며 "학부모 민원사항조차 처리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현장에서는 간접고용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은 노조가 지난해 1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불법파견 진정을 접수하자 올해 하반기부터 돌봄전담사 270여명 전원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박금자 위원장은 "학교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학교장·담당교사의 업무지시와 감독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어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소지가 농후하다"며 "노조는 4월 초 돌봄교실 등 위탁고용의 불법파견 진정을 각 지방노동청에 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학교현장 불법파견을 근절해 나가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회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청소·경비·급식·초등돌봄 등 학교 간접고용 노동자는 2만5천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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