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공무원연금 개편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를 두고 하는 얘기다. 그야말로 ‘타협 또는 결렬’이라는 선택만 남은 것 같다. 이번 주말이 막바지 고비다.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국회에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두 대화기구는 좌초 위기에 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5일 국민대타협기구에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제시했지만 공무원노동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여당안에 이어 야당안까지 공개돼 새 국면이 조성됐지만 사회적 대화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공무원노동계는 “당사자와 논의하지 않고 여야가 안을 낸 것은 정치야합”이라고 비판했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투본에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노총은 26일 한국노총과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국민대타협기구는 28일 활동시한이 종료된다. 국민대타협기구에서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로 공이 넘어간다. 이 경우 여야가 낸 안이 협상의 바로미터가 된다. 앞으로 공무원노동계는 국회 공식 논의에선 배제되는 셈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편 개선 논의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가 15개 세부과제를 던졌지만 노사는 이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던진 15개 과제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제도,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은 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조세개혁,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등은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경영계가 이에 반대한다. 역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는 의제들을 논의 대상에 넣겠다는 태세다. 노사정위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는 핵심 쟁점과 관련해 합의문 초안을 만들려고 하나 노사가 반발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범위, 정년연장 등 3대 과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사정 협상은 합의 대상조차 확정하지 않은 채 시한에 쫓기고 있는 형국이다. 노사정은 31일까지로 사회적 대화의 시한을 합의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위와 국회에서 진행됐다. 노사정위는 2013년 5월30일 노사정 합의문을 이끌어냈으나 실효성이 없었다. 노사정 합의를 비판하는 한국노총 새 지도부가 선출됐기 때문이다. 국회에선 2014년 1월부터 국토교통위원회 철도발전소위,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가 각각 진행됐다. 철도노조 파업과 민주노총 경찰력 투입, 한국노총 노사정위원회 탈퇴라는 국면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다. 두 소위는 석달간 논의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벌어진 사회적 대화는 경색국면을 푸는 역할을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연금 개편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도 기로에 선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편이나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그간의 사회적 대화 범위를 넘어선다. 일각에선 외환위기였던 98년 노사정 논의와 비교한다. 그만큼 논의 범위도 넓고, 결과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 대화 주체들이 갖는 부담감도 그만큼 크다. 노사단체와 공무원단체 지도부가 결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직 내부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이뤄 내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단체들로부터 최소한의 양해나 이해를 얻어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문제는 더욱 그렇다. 논의에서 빠진 민주노총이 대화 중단과 총파업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여건을 감안해 줘야 한다. 적어도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화 당사자들이 논의가 미진하고, 내부 동의가 더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정부와 국회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 합의 시한을 압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합의를 이뤄 내는 것'뿐 아니라 주체들이 '대화를 이어 가는 것' 자체도 성과이기 때문이다.어떤 상황에서도 사회적 대화는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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