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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이주노동자에게 관심을
강대훈
공인노무사
(농부·세뚜리꾸러미)

노무법인과 노동조합을 10여년간 전전했던 나는 그간의 노무사 활동을 접고 충남 홍성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올해로 3년째다. 이제야 감자꽃과 냉이를 알아보는 초보농사꾼이다. 흙집을 직접 지었으니 삽질 하나만큼은 자랑할 만하다. 귀농을 하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다음에 지면이 허락하면 그때 하기로 한다.

시골에서 노동법전을 펼쳐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노동문제는 이곳 시골마을에서도 일어난다. 아들이 다니는 마을어린이집 해고사건이 그랬고 마을 빵공장 퇴직금 문제가 그랬다. 그 뒤로도 몇 건의 노동상담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무상담'이라 해야겠다. 대부분 사용자쪽에서 자문을 구했으니. 서울서 10년 노무사로 살면서도 하지 않았던 '대표님들'의 고충을 마을사람의 친분으로 성실히 들어 줘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귀농 선배 한 분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노무사 일을 다시 해 보지 않겠냐며 조심스레 꺼낸 이야기는 '홍성이주민센터 노동상담'이었다. 선배는 이주민센터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농사지어 애 키우며 먹고살 수 있겠냐며 40대에 돈을 더 벌라 했다. 상근을 요청했다. "겨우겨우 사는 게 가장 잘사는 것"이라는 권정생 선생님의 말씀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최근 들어 부쩍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잠깐 생각해 봤다.

"상근은 어렵습니다." 선배의 제안을 거절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삽과 호미를 들고 머리가 아닌 몸으로 세상을 깨쳐 가는 농부의 삶이 좋았다. 그래도 선배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만 할 수는 없었다. 불편했던 노무상담도 아닌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인권' 상담이지 않은가. 센터장인 목사님을 만난 자리에서 절충안을 냈다. 농한기 때는 매주 일요일에 나와 상담과 교육을 해 보겠다, 농번기에는 상담이 있을 때만 가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렇게 다시 노무사로 복귀(?)했다. 지금은 일요일에 무료 노동상담을 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2015년 1월 기준 27만여명(E-9, 비전문취업)이다. 이 중에서 농축산업 분야에 취업해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2만여명이다. 내가 사는 홍성에도 1천5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산다. 정확한 통계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농촌지역이라는 특성상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은 참혹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한 달 평균 노동시간이 284시간, 그중 33%는 300시간이 넘는다. 378시간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월 30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이 가능한 데에는 근로기준법 제63조가 자리 잡고 있다. 농축산업 노동자는 법정근로시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휴식시간과 휴일 없이 무한정 일을 시켜도 농장주는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근로시간의 적용예외’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독소조항 탓이다.

농업은 계절노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상조건에도 영향을 받는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어렵다. 추워지기 전 늦어도 11월 초순까지는 양파와 마늘을 심어야 하고 장마가 오기 전에 감자를 서둘러 캐야 한다. 농번기나 농한기라는 말이 있듯이 농사를 짓다 보면 일이 몰릴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탄력적 근무시간제(근기법 제51조) 운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파종 시기나 수확시기 등 많은 일손이 필요한 시기에는 연장근무를 시키면 된다. 파종 또는 수확 직후와 같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에는 조기퇴근을 시키면 된다.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이런 탄력적 농장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농촌 밭의 절반은 비닐로 덮여 있다. 노지재배는 하우스재배에 잠식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비닐하우스는 1년 내내 작물을 키울 수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뿌리고 거둔다. 날씨와 상관이 없다. 이중 삼중의 비닐을 두른 하우스는 농부의 겨울휴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보온과 난방시설을 갖춘 하우스에서 '제철'이란 의미는 상실한다. 12월에 감자를 재배하는 식이다. 농한기 농번기가 따로 없다. ‘심고 관리하고 거두기’를 쉼 없이 반복할 뿐이다. 채소공장!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제조업 노동과정과 닮아 있다. 적용제외 근거인 ‘계절이나 기상 등 자연조건의 특수성’이란 애초부터 성립할 여지가 없다. 비닐하우스 농업노동자가 적용제외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인권위는 “모든 농축산업에 대해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근기법 제63조를 농축산업 내 세부 업종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지만 노동부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노동현장을 모르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책상물림들이다. 그들이 우리 농업과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2만여명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근기법 제63조는 폐지해야 한다.

강대훈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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