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은 매일이 전쟁터다. 영국동화 <잭과 콩나무>처럼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는 게 우리나라 건물이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 탓에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안전사고는 늘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다.

건설현장 신호수는 건설노동자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작업을 통제하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일정 규모 이상 건설현장에 적용된다.

55미터 높이에서 타워크레인을 움직이는 조종사는 신호수가 있어야 하중물 아래에 작업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 카고크레인 조종사는 후방에 장애물이 있는지 여부를 신호수의 신호로 판단한다. 건설현장에서 신호수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지난 1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25톤 카고크레인이 전복돼 정차 중인 승합차량을 덮쳐 운전자가 숨졌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던 조종사가 카고크레인 방향을 틀던 중 전복된 것이다. 이달 17일에는 충북에서 굴삭기 고리가 끊어져 콘크리트가 작업 중인 노동자를 덮쳤다. 1톤 가량 되는 무게에 깔린 작업자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현장 두 군데 모두 신호수가 없었다. 만일 신호수가 현장에서 카고크레인 이동방향을 지시했다면 어땠을까. 신호수가 굴삭기 아래에 있는 작업자를 대피시켰으면 어땠을까.

건설노조가 2013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통계를 분석한 결과 145명의 건설노동자가 신호수 미배치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건설업종 사망자는 507명이다. 신호수만 배치했어도 건설업종 사망자의 28.6%를 줄일 수 있었는 셈이다.

노조는 수년째 일정한 교육을 이수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는 전문신호수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부처는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산업재해율이 OECD 평균보다 세 배 높다. 다음달 16일이면 304명(실종자 9명 포함)의 생명을 앗아 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안전한 사회”란 구호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정부와 관계부처는 지금이라도 건설현장 재해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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