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청년실업률이 11.1%로 9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외환위기 정도의 충격을 다시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만 청년 실업자가 8만9천명 늘어 경제활동인구 증가(7만명)를 뛰어넘었다. 해석은 분분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청년실업을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화두로 던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아예 “청년실업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고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청년계층”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해법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다. 당사자들과 노사는 당국자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노동시장 구조개선 주장, 디테일한 청년고용 해법 막아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상황 인식부터 정확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는 상징적인 숫자일 뿐이다. 실업률만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통계로 잡히지 않는 구체적인 지표를 봐야 한다. 취업준비에 지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청년노동의 질을 표현하는 청년들의 근속기간도 짧아졌다. 7년 전에는 21개월이었지만 지금은 19개월이다. 그동안 청년고용률도 낮아졌고, 첫 직장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시작하는 청년들도 두 배 늘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경향성을 진단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고용을 위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대책의 실체가 없다. 정규직 보호를 해소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있지만 청년·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수준을 끌어올릴 구체적 계획과 내용은 없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갈등으로 표현될 수사를 구사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 갈등을 풀 중요한 디테일들이 삭제되고 있다. 정부가 청년들에게 직접 문제가 뭔지 물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사실 청년·비정규 불안정 노동문제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디테일들이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원하청구조 문제, 취약한 노동현장의 관행적 불법행위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근로감독 행정의 문제 등이 그렇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건 근로감독이다. 중소기업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문제는 포괄임금제인데, 강도 높은 초과근로로 추가수당을 확보하지 않으면 최저임금보다 못한 낮은 소득을 받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게 업계 관행이 돼 있고 '열정페이'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는 이러한 노동시장의 질서부터 바로잡고 확립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으로 좋은 일자리 늘려야
구교현
아르바이트노조
위원장
현재 청년실업 문제는 저임금·불안정 일자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다수의 청년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전체 일자리의 임금수준을 높여야 한다. 인상폭도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수준이 돼야 한다. 즉 시간당 1만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돼야 한다.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실업 해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비정규직 수준으로 낮춰 하향평준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정규직 일자리가 유연화되면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정반대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열정페이 강요 말고 반듯한 일자리 늘려야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전략본부실장
청년실업률이 정부통계로도 어느새 두 자릿수에 이르고 말았다. 일자리를 만들고 늘려야 할 박근혜 정부의 정책실패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 운운하며 남 탓만 하기에 바쁘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수천 개의 민주노조를 만들었던 노동운동 1세대들은 이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고, 이들의 자녀들은 취업 연령에 있다. 그런데 정부는 ‘더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며 정년에 다다른 노동자 다수를 잘라내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엄마 아빠를 잘라내는 정책을 지켜보는 청년들의 심정이 어떨까.

최저임금과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수많은 ‘갑’들은 최저임금마저 주지 않으려고 풀타임 일자리를 시간제로 전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역시 일자리 늘리기 정책의 핵심을 시간제 일자리 양산에 두고 있다. 그뿐인가.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미명하에 포괄임금제가 확산돼 왔는데, 이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청년들이다. 턱없이 낮은 최저임금, 더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임금체계, 불안한 고용, 이 모든 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 정책의 핵심이다.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한 대책은 멀리 있지 않다. 먼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대폭 인상함으로써 반듯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재벌들이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에 중과세를 매겨 재원을 마련하고, 열정페이나 포괄임금제의 악용을 철저히 규제함으로써 제대로 된 임금체계와 적정수준의 임금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세대갈등 부추기는 게 노동부가 할 일인가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본부
고용정책국장
고용노동부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까지 나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청년 실업의 대책이라고 설파한다. 사회통합을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꼴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필요하다. 고령세대·청년세대 할 것 없이 전체 노동자가 질 낮은 일자리에서 고통받고 있다. 정부의 개혁 대상인 정규직의 현실은 어떤가. SK텔레콤은 기본급 80개월치 위로금을 주고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말이 좋아 희망퇴직이지 해고나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고용보호 지수가 낮은 축에 속한다.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언제 잘릴까 떨면서 일하는 현실에서 노동시장을 바꿔야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은 길게 하고, 노동시간은 늘리고, 임금은 낮추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어떻게 청년을 위한 것일 수 있을까. 정부의 대답이 궁금하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해고하기 어려워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일자리는 중장년층이 일하고 있는 질 낮은 일자리와 겹치지 않는다. 근속연수가 짧아 정년을 채우는 노동자는 극히 드물다. 청년실업의 해결 방안은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청년들이 취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생애 첫 직장이 인턴·저임금·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첫 직장에 따라 앞으로의 직업이 결정되는 우리 현실을 떠올리면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재벌기업을 과보호하기 보다 분배에 초점을 돌리길 바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얘기한 대로 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원칙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청년들도 언젠가 중장년층이 된다. 전 세대의 노동자가 불안한 일자리에서 일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일을 그만두길 바란다.

청년고용 늘리려면 유연한 노동시장 필요
류기정
한국경총
사회정책본부장
우리나라 청년 고용문제의 주요 원인은 경제 전반의 일자리 창출능력 저하, 노동시장 경직성 및 이중구조 심화 등으로 청년층이 원하는 소위 ‘괜찮은 일자리’의 규모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직적 고용규제와 강력한 노동조합이라는 중층적 보호를 받는 대기업·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비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심화되면서 소수에 불과한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만 괜찮은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한정된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청년층의 고학력화가 지속되고, 토익·자격증 등 소위 ‘스펙’을 취득하기 위한 경쟁도 점차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부담을 가중시켜 신규채용을 감소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 큰 통상임금 범위 확대, 근로시간단축 및 정년연장 등의 제도 변화까지 시행·논의되면서, 청년층의 취업난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이 청년을 더 많이 고용하기 위해서는 진입·이동·퇴출이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가 돼야 한다. 그래야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고 한편으로 근로자가 직장이동이나 새로운 직업을 갖는데 걱정하지 않은 구조로 사회시스템이 전환돼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청년고용 문제도 임시방편적인 수단으로 해결될 수 없고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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