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국회에서 공론화될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정책의총을 열어 최저임금 인상 등을 4월 임시국회 입법추진 과제로 확정했다. 이제 최저임금 인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의 공방에 머물렀던 최저임금이 4월 임시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불쏘시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적정 임금인상이 필요하다”역설했다. 반면 경제 5단체는 “불가하다”며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의 올해 임금인상률을 회원사에 권고하면서 경제단체의 반대기류를 대변했다. 이런 기류를 타고 최저임금이 이슈로 부상했지만 ‘말'만 무성했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사항이라며, 제도개선은 언급조차 않았다. 사그러들던 최저임금 인상의 불꽃을 댕긴 것은 노동계와 야당이다.

최저임금이 수술대로 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노동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은 5천580원, 월급여로는 116만여원이다. 말 그대로 ‘월백인생’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37%)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4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166만8천원), 최저임금위원회가 조사한 단신 노동자 월 생계비(150만6천원)에도 못 미친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지난 88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에겐 ‘언 발에 오줌 누기’였던 셈이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많다. 2014년 8월 현재 227만명(12.1%) 노동자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 최저임금은 있으나마나 한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밥줄이 아니었고, 사용자는 이 마저도 주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소득분배 조정분을 반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5%대에 머물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두 번에 걸쳐 7%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행보도 이와 맞물려 있다. 공약도 지키고 경제도 살리려면 박근혜 정부는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적어도 야당의 제도개선 논의에 맞장구를 쳐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될 제도개선안의 핵심은 최저임금 하한선의 명문화다.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 50%를 지급한다’는 조항을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월백인생’만 양산했으니 이젠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최저생활 뿐 아니라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되도록 최저임금은 월 1만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시급 8천19원)를 공공부문에 적용하는 것도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한 방법이다. 이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저임금 하한선을 명문화한 개정안을, 같은당 김경협 의원은 생활임금제도를 법제화하기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유사한 제안을 한 바 있다.

중소영세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중소영세기업은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우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저임금 준수를 강조하며 이를 위반 사용자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약속했다.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야당도 같은 입장이다. 국회는 이런 제도부터 만들어야 한다. 지원방안 마련은 후순위다.

아울러 최저임금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논의는 경계해야 한다. 경영계는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을 이유로 산업별·지역별 최저임금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산업별·지역별 최저임금제는 주로 산업별 교섭체제가 정착돼 있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스웨덴 등 북유럽 나라들이다. 산업별 최저임금제를 시행한 독일은 올해부터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했다. 단체협약이 보호하지 않는 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난 탓이다. 반면 우리나라에 산업별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자는 제안은 현실성이 없다. 법정 최저임금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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