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해는 길어 봄기운 천지에 무성하다. 땅 아래 웅크려 겨울을 견딘 온갖 잡풀이 삐죽 연녹색 잎을 내민다. 쑥이 쑥쑥 올라온다. 노란색 산수유 꽃망울이 톡톡 터진다. 개나리, 민들레가 저마다 분주하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엄마는 풀밭에 쭈그려 앉아 봄을 캔다. 겨울이 답답했던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그 곁에 뛰논다. 봄 소풍 가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아이 사진 품에 끼고 엄마는 기운이 없다. 온 힘을 다해 호소문을 읽었고, 아스팔트 그늘진 곳에 쭈그려 앉아 울었다.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노란색 꽃이 엄마 품에서 겨우내 선명했다. 계절이 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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