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최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그룹의 논의 결과가 공개됐다. 양대 노총은 각각 비판 입장을 내놓았다. 요약하자면 ‘해고는 쉽게 하고 임금은 삭감하고 비정규직은 늘리자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편들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위원’이라고도 불리는 ‘전문가’의 기능은 전통적으로 권력 혹은 갑의 입장에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전문가그룹 논의 결과 역시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나름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전문가 2그룹 논의 결과를 먼저 살펴보자.

전문가그룹은 우선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기간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사유를 늘리자고 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등 매우 광범위한 경우에 기간제한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 기간제 노동자의 70% 이상이 이런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35세 이상자에 대해서도 기간제한을 없앨 경우 사실상 기간제법상 기간제한 조항은 사문화될 것이다. 전문가그룹은 기간제한을 4년으로 늘리자는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아예 비정규직으로 평생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고용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또 기업이 인건비 추가 발생이 부담스러워 정규직 전환을 꺼리니 직무별·직군별 임금체계를 달리해 비용을 완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제안한다. 쉽게 말해 무기계약직이 되더라도 직무별·직군별 차별적 임금체계를 적용하라는 것인데, 정부가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직무급의 본질을 잘 보여 준다. 직무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직무급은 평가자의 차별적 시각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여성 등 전통적 차별의 희생자들은 또 한 번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번에 전문가그룹은 친히 ‘사무보조·도서관 사서·비서 등’은 연공급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주로 여성이 일하고 있는 직무는 10년이 지나도 ‘월백 인생’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그룹 논의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또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일방적인 고용해지 기준·절차 마련과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조건 결정 방식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해고를 비롯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조건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나 노동자의 집단적·자주적 동의를 필요로 하는 현행 노동법의 원칙을 약화시키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는 이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사회안전망 정비’라는 논리로 뒷받침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비정규직’으로 떠돌아다니라 하고, 직무·직군에 따라 차별적 임금은 ‘차별’이 아니니 감내하라고 하고, 정규직이 되더라도 사용자의 평가에 따라 적법하게 해고당할 수 있음을 각오하고, 실직하면 실업급여에 안주하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직업훈련과 취업알선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가 정부나 전문가그룹만의 의견이 아니라 지난해 12월23일 노사정이 합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기본 합의안’에 내재돼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사정이 합의한 ‘노동이동성, 고용·임금·근무방식 등 노동시장의 활성화’ 세부과제가 대표적 예다. 이것이 노사정 논의가 출발부터 안고 있는 문제점이며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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