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흥준 고려대 경영대학 BK연구교수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스타케미칼에 대한 경영분석을 의뢰받았다. 그제야 한 명의 노동자가 굴뚝 위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해 농성 중인 것을 알게 됐다.

그 노동자는 무엇이 억울해서 차갑고 무서운 높은 굴뚝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일까. 스타케미칼은 구미공단에 소재해 있는, 예전의 한국합섬으로 더 많이 알려진 회사다. 2007년 한국합섬이 파산하면서 2010년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을 399억원에 인수했고 이름을 스타케미칼로 변경했다.

이때 스타플렉스는 공장부지와 설비만을 인수한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용·노동조합·단체협약도 승계했다. 이어 2011년 드디어 공장이 재가동됐다.

하지만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플렉스는 2012년부터 희망퇴직과 비정규직 활용 같은 구조조정 요구했고, 이듬해인 2013년 상당수 노동자들이 회사를 나가야 했다. 회사 방침에 의해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은 노동자 29명은 해고됐다. 그래서 그들은 해고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한 것일까. 아니면 회사가 정당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스타플렉스 경영진이 정당하지 못하다. 스타케미칼(옛 한국합섬) 원자재와 공장을 이용해 상당한 이윤을 남겼는데, 이제는 그 땅과 설비까지 처분하려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적 재산을 처분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스타플렉스 경영진들은 억울할 수 있다. ‘내 돈으로 인수한 회사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이제 그 효용가치가 없어서 처분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비판받을 일’인지 반론한다.

그러나 스타플렉스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경영진이 억울해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시자료를 통해 스타플렉스의 영업이익을 살펴보자. 스타케미칼을 인수하기 전 3년(2007~2009)과 인수 후 3년(2011~2013)을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276억원 늘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스타플렉스가 스타케미칼의 원자재를 싼값에, 수월하게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타플렉스는 더 싸게 원자재를 구매하고자 스타케미칼 인력구조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해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했다. 노동조합은 이에 반대했다.

그러자 스타플렉스는 스타케미칼을 재매각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바꿨다. 실제 스타플렉스는 스타케미칼 인수에 들어간 399억원 중 상당 부분을 영업이익으로 회수했다. 인수를 위해 빌린 대여금도 대부분 갚은 상태였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스타케미칼 부지와 설비를 따로따로 팔아 추가적인 수익을 거두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플렉스가 한 가지 간과한 문제가 있다. 바로 회사를 위해 일해 온 노동자들이다.

스타플렉스가 왜 정의롭지 못한가. 2010년 당시 스타플렉스가 한국합섬 인수경쟁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인 399억원을 주고 성공적으로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당시 스타플렉스 경영진이 한국합섬 노동자들의 고용과 단체협약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스타케미칼을 자회사로 활용해 수익을 낸 것도 따지고 보면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3년도 채 안 돼 수익성만을 위해 회사를 다시 파는 행위도 비난받아야 하지만 함께 일해 온 노동자들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도덕적 측면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경영이 어려워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었다. 앞으로도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생산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제조업 성장을 위해 우리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 중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제적인 책임을 기본으로 한다. 주주에 대한 수익창출과 경제적 성과를 통해 양질의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의미한다. 사회봉사나 기부금 등 외부적인 사회적 활동은 그 다음의 문제다.

스타플렉스처럼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수출 중심의 유망한 기업일수록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책임에 성실히 응답하면서 더 좋은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은 수익창출의 근원인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기업을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노력하려는 의지를 가진 굴뚝 위의 노동자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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