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제 손톱 깎기는 쉬워도 남의 손톱 자르긴 어렵다. 혹시 다칠까, 손 내밀어 맡겨 두기도 마뜩잖다. 믿음이 우선이다. 한 번에 될 일은 아니다. 저기 무대 오른 대표자들은 다들 제 머리띠 묶는 데엔 선수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으니 익숙하다. 남의 머리띠 묶는 게 다만 낯설다. 이마 어디쯤이 적당한지, 좌우 균형은 맞는지, 매듭은 얼마나 당겨 묶을지가 모두 조심스럽다. 철의 노동자가 금속 노동자의 머리띠를 묶었고, 화학섬유 노동자가 화학 노동자 머리띠를 맡았다. 단결 투쟁을 결의하는 상징의식으로 삼았다. 13년 만의 일이다. 높이 차이쯤은 무릎 굽혀 맞추면 될 일이었다. 그 차이란 게 손톱만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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