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관리공단노조

“주택관리공단의 영구·국민임대 주택관리업무는 독거노인·장애인·저소득층 같은 소외계층과 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초 이러한 업무를 2017년까지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 소외계층과 서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주거·복지비가 360억원에 이릅니다. 이것이 과연 합당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김용래(53·사진) 주택관리공단노조 위원장은 11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통탄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공공기관 민영화가 거론될 때마다 공단이 수행하는 임대주택관리업무가 대상에 올랐지만 늘 번복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 민영화만을 위한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공단은 98년 12월 취약·서민계층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대한주택공사(현 LH) 자회사로 설립됐다. 그런데 2002년과 2008년에 민영화 대상에 올랐다.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왔다. 민영화가 아닌 공단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뒤집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영구·국민임대 주택관리업무 민간개방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며 “이러한 현실을 사회에 알리고 정부 정책이 철회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노조 조합원들이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올해 1월 국토교통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을 늘려 중산층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임대주택관리업무 민간개방 정책도 같이 제시했다. 올해 5년·10년·50년형 임대주택 13만7천호 관리업무를 민간에 넘긴 후 2017년까지 영구임대(14만호)와 국민임대(38만3천호)도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임대주택관리업무를 민간에 개방하면 어떤 문제가 있나.

“영구임대는 독거노인·장애인·탈북주민 등 소외계층, 국민임대는 소득 10분위 중 하위 1~2분위에 속한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공주택을 건설해 임대하는 사업이다.

자활능력이 떨어지고 생계마저 어려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공단은 단순히 주택관리만 하는 곳이 아니다. 독거노인을 보살피고, 장애인·취약계층의 재활·자활을 돕고, 생계지원을 위해 사회복지단체와 주민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하다못해 변기 막힘·전기시설 고장·형광등 교체 같은 시설물 관리·보수도 공단 직원이 한다. 민간에서 하려면 최소한 3만~5만원을 줘야 하는 일이다. 공단은 이를 무료로 제공한다. 민영화는 취약·서민계층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복지를 축소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 공단 업무가 민간에 개방될 경우 취약·서민계층이 입을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공단과 노조가 추산한 바로는 매년 최소 36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공단이 관리하는 영구·국민임대 주택은 25만7천호다. 관리비는 민간에 비해 1세대당 10만원가량 저렴하다. 취약·서민층에 257억원의 임대료 부담이 덜 간다.

이와 더불어 공단 직원들이 임대주택별로 사회복지단체를 연계해 지원하는 생계비가 매년 50억원이다. 한국전력이 해야 할 전기 검침업무를 대신 수행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8억원을 주민을 위해 기부한다. 계약·해약 등 각종 행정업무 대행과 시설물 관리, 복지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이러한 업무를 민간에 맡긴다면 1세대당 매월 14만1천원의 관리비를 더 내야 한다. 관리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소외계층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 정부가 임대주택관리업무 민간개방 정책을 내놓은 게 이번이 세 번째인데.

“공공기관 민영화가 이슈였던 2002년과 2008년에도 민간개방 대상에 올랐다. 정부나 관계기관 전문가들이 실태조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그랬더니 결과가 모두 뒤집혔다. 임대주택에 사는 주민의 처지가 어떤지, 이들을 위해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현장 실태조사만 해도 민간개방 대상인지 아닌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책상에 앉아 공공기관 민영화만 고민하니까 재탕·삼탕 식의 민간개방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정부 정책이 철회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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