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임금인상 없이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올라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조찬강연에서 쏟아 낸 말이다. 그는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경제수장이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며 경기회복 해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문한 것이다. 여당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새누리당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여야 간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맞장구쳤다.

그런데 왠지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당시에도 내수부진을 털려면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언급했다. 비정규직 소득증가와 처우개선을 말했다. 그러고는 지난해 연말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 연장과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을 내놨다. 아니나 다를까. 최 부총리는 이번에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3월 합의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형용모순인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말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임금인상을 하는데, 저임금 비정규직도 양산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는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도입이다. 최 부총리가 말한 대로 경기가 살아나려면 실질임금이 올라야 한다.

최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평균임금의 50%를 요구하던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 인상에 다가갈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올해 생활임금으로 시급 6천687원을 고시했다. 최저임금보다 1천107원(19.8%) 더 많다. 내년에는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민간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생활임금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시키도록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너무 욕심부리지 말아야 한다. 내수를 살리려면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경제학 원칙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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