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렬 분회장(왼쪽), 장보아 사무국장(오른쪽)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학생회관 앞. 개강과 입학식을 맞은 학생들로 붐볐다. 동아리 회원들은 신입생들을 꾀느라 춤을 추거나 기타를 연주하면서 왁자지껄 움직였다.

소음 탓인지 학생회관을 지나쳐 도착한 숭실대 본관(베어드홀)은 적막하게 느껴졌다. 적막감은 소리 탓만은 아니다. 5층 건물인 본관 엘리베이터에는 "사정상 부득이하게 엘리베이터를 중지합니다"라는 공고문이 나붙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때문이다. 본관 4층에서는 김형수 서울일반노조 위원장과 이종렬(63) 숭실대분회장·장보아(60) 분회 사무국장이 3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계단을 올라 도착한 4층 출입문에도 "사정상 부득이하게 출입문을 통제합니다"는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경비가 출입문을 지켰다.

청소노동자 박광분(69)씨는 "개강 날에는 청소할 게 더 많다"며 "짬을 내서 단식하는 우리 식구들(노조 간부) 얼굴 보러 가려고 새벽 5시부터 나와 일했는데 출입을 막아 결국 못 봤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종렬 분회장과 장보아 사무국장은 총장실 앞 복도에 침낭을 깔고 잠바를 껴입은 채 앉아 있었다. 전날 화장실에서 찬물로 몸을 씻었다는 장 사무국장은 연신 콜록거렸다. 이 분회장의 잠바 주머니에 약봉지가 한가득이다.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다고 했다. 식수는 2리터짜리 물통인데, 물이 바닥을 치며 출렁였다. 출입을 금지한 탓에 아직 물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은 "학교측이 답을 주기 전에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 단식을 벌이는 이유는.

이종렬 : 지난해 10월부터 청소용역업체 미환개발의 저임금·임금체불·용역비 착복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계약을 반대해 왔다. 그런데 학교측은 지난달 27일 미환개발과 재계약을 강행했다. 백번 양보해 재계약을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방식이 틀렸다. 기존 문제를 고치고 노동자의 근로조건도 나아지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같은달 열린 학교-업체-노조 실무협의에서 업체는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거부했다. 이튿날 만난 총장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퇴장해 버렸다.

- 분회의 요구는 무엇인가.

장보아 : 분회 요구는 지난해 9월 중단된 임금교섭안과 거의 같다. 첫 번째는 임금인상이다. 현재 월급이 세전 112만8천600원이다. 시급으로 5천400원이다. 이걸 5천800원으로 올려 달라는 거다. 중식비 2천원 지급과 6년 이상 근무자에 대한 근속수당 5천원도 요구했다. 그동안 우리는 학생들이 버린 캔과 종이를 팔아서 쌀을 사다 점심을 해 먹었다. 시급 400원 더 주고, 점심으로 김밥 한 줄값 달라는 게 과도한 요구인가.

또 하나 대체인력 문제다. 휴가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남은 사람들이 일을 다해야 한다. 집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데, 팀원이 휴가를 내면 첫차를 타고 새벽 5시부터 정신없이 일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힘들어서 점심밥도 못 먹을 지경이다. 대체인력을 충원하든지, 아니면 추가수당을 줘야 한다.

- 학교측은 용역계약에 청소노동자 고용유지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를 포함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나머지는 노사 간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는데.

장보아 : 업체는 복수노조 사업장임을 이용해 업체 편을 드는 노조에게만 1시간 조기퇴근 혜택을 주고 명절수당과 근속수당을 줬다. 관리자들이 우리 조합원들만 감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남성 관리자가 여성 조합원 화장실까지 따라간 적도 있다. 분회가 일상업무를 하면서 점심시간에만 잠깐 집회를 하는데, 그것도 시간을 재서 업무 시작시간을 넘기면 10분당 900원씩 월급에서 깠다. 예전에 공사할 때는 전문업체를 안 부르고 우리에게 자재를 나르게 한 적도 있다. 업체는 지난해 노조가 제시한 임단협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만 한다. 업체가 이렇게 나오는데 노사가 알아서 하라는 게 말이 되나.

이종렬 :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중재·관리하는 게 원청인 학교의 역할 아닌가. 사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가장 기본적인 거다. 더구나 학교측은 확약서도 못 써 준다고 한다. 재계약을 했으니 배째라는 태도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숭실대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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