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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2년의 희극과 비극
야당 시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 2년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2005년 2월의 일이다. 소속 의원 121명 전원이 설문에 응했다. '노무현 정부 실정 세 가지와 선정 두 가지’가 질문 요지다. 조사 대상 의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91명의 의원이 ‘경제정책 실패’를 실정으로 꼽았다. 국론분열 심화, 무리한 수도이전 강행, 인사 실패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탈권위주의 지향, 이라크 파병을 가장 잘한 일로 꼽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2년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박 대통령은 실정을 묻는 설문에 ‘국민통합·경제정책·외교정책 실패’라고 답했다. 또 선정으로는 ‘대통령의 권위주의 탈피노력’을 꼽았다. 한나라당은 설문 조사와 관련해 “당 의원 대부분이 경제·외교·국민통합에 실패했다고 답했다”며 “노 정권 2년이 총체적 실패임이 드러났다”고 논평했다.

10년 전 야당 대표로서 노무현 정부를 평가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평가를 받아야 할 위치에 섰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5일 출범 2년을 맞았다. ‘노 정부는 경제·외교·국민통합에 실패했다’고 일갈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100%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공약을 내건 박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약속을 지켰을까. 안타깝지만 역사는 반복된다. 한나라당이 지적한 노무현 정부의 실정은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에도 적용된다.

국민여론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33.5%로 폭락했다. JTBC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성인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조사한 결과다. 설 연휴 직후 역대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이번 조사결과는 대조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2년 만에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야당도 혹평 일색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3일 민주정책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 2년은 서민경제 파탄, 분열과 대립의 2년”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은 실종되고, 잇따른 인사 실패와 불통의 리더십으로 국민 분열을 초래한 2년이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일일이 점검하지 않아도 된다. 노동공약 이행현황만 보면 야당의 혹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으뜸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고용률은 65.3%를 기록했지만 목표 달성에는 미달했다. 사실상 이행하기 어려운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취업자수가 53만3천명으로 늘었지만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증가세는 55~64세 장년층이 주도했는데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였다. 반면 15~29세 미만 청년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실업률(9%)를 기록했다. 정부 통계기준으로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해 600만명을 돌파했다.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한 박근혜 정부가 만든 결과다.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리는 ‘늘·지·오’ 공약은 사실상 공수표가 된 셈이다.

노사관계 정책도 마찬가지다. 전교조·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로 낙인찍은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난입하는 강경진압을 밀어붙였다. 민영화에 반대해 합법파업을 벌이던 철도노조 간부를 검거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이런 박근혜 정부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철저히 정부 주도 방식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사회적 대화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 시한도 3월 말까지로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비정규직 모두를 겨냥해 임금은 깎고, 노동시간은 늘리고, 해고는 쉽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화의 당사자인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은 철저히 개혁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물로 여기는 셈이다. 이러니 경제민주화 대신 ‘재벌 살찌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칼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거론한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을 보니 한 편의 희극처럼 여겨진다. 박근혜 정부조차 오류를 되풀이해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더 힘겨워지니 이것은 비극인 셈이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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