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이 오는 11일부터 총 10만여명이 참가하는 총파업 돌입을 4일 공식선언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금융 대란(대란)」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4일 저녁 잠정집계 결과 은행노조의 파업찬성률은 평균 90%선에 달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날 긴급 노동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금융계가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면대로라면 「총력 파업투쟁」(노조)과 「엄정 대처」(정부)를 외치는 양측 간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 이용근 금감위원장과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이 김호진 노사정 위원장 주관으로 4일 오전 조찬 회동을 가진 게 단적인 사례다. 이날 만남에서 양측은 현격한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6일 다시 회동을 갖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대화의 「물꼬」는 일단 터놓았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실제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은 4일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정부와 의미없는 대화는 하지 않겠지만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겠다”면서 “노사정 위원회 주관으로 제3의 장소에서 열리는 경제장관들과의 공개대화에는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의 약속 외에는 어떤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않겠다고 버텨온 금융노조 입장에서 다소 진전된 것. 이용근 금감위원장도 최근 들어 “총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노조를 상대로 격의없이 끝까지 대화와 설득을 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와 노조 간의 「물밑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금융파업 사태는 국민생활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를 담보로 하고 있는 만큼 양측 모두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막판 대타협 가능성을 위한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최대 「열쇠」는 금융 총파업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노조의 강경파 지휘부가 쥐고 있다. 더욱이 ‘금융정책 실패 인정’ , ‘관치금융 철폐 특별법 제정’ 같은 거창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는 금융노조의 방향 선회를 이끌어내려면 정부가 상당한 「선물」(명분)을 주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로서도 이번 파업은 국민을 볼모로 삼고 있는 전혀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만큼 노조 측과의 공개 접촉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당분간 정부와 노조 간에는 물밑 접촉 움직임과 함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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