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변호사
(법무법인 가교)

대상판결/ 대법원 2012두28247 판결

Ⅰ. 문제의 제기


고용노동부는 2014년 10월29일 ‘2013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조조직률은 10.3%로 집계됐다. 2011년부터 노조조직률이 10%대에서 답보상태에 있는 것이며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1명만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노조조직률과 비교하면 터키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것이다. 이마저도 2013년 10월 노동부가 해직자 9명을 이유로 법외노조화를 시도한 전교조 조합원 6만여명을 빼면 조직률이 9.9%로 떨어진다.

10%대에 머물러 있는 노조조직률 이외에 청년실업 또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통계청의 2015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9%이고, 공식 청년실업자수에 취업준비생, 별다른 취업활동 없이 그냥 쉬고 있는 청년층을 포함하면 사실상 청년실업률은 20% 이상에 달한다.

이처럼 계속 낮아지는 노조조직률, 계속 높아지는 청년실업에도 이명박 정부하에서 노동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청년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무려 세 차례나 반려했고, 이에 반발한 청년유니온은 구직자 청년 1인과 직장인 청년 1인을 조합원으로 해 ‘청년유니온1’부터 ‘청년유니온27’까지 노동조합을 조직해 서울특별시장(당시 오세훈 시장) 및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설립신고를 했으나 위 각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도 모두 반려됐다.

특히 노동부와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자체장들이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한 이유는 ‘청년유니온’ 및 위 청년유니온들(청년유니온1부터 청년유니온27까지)이 구직 중인 자나 실업 중인 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의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해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장의 자의적 해석은 노조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조설립 자유의 원칙’을 형해화하고, 과도하게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청년유니온14(위원장 김형근)’는 서울시장의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1월29일 ‘청년유니온 14’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대법원 2012두28247)에서 상고기각 판결을 해 이로써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위 사건의 1심(서울행정법원 2011구합20932)과 2심(서울고등법원 2012누8450)은 “구직 중인 사람을 근로의사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 등과 마찬가지로 보고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조합원 2명 가운데 1명이 구직 중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한 서울시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는데, 대법원은 그 판시 내용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Ⅱ. 이 사건 판결의 검토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조법 제2조제1호와 제4호 (라)목 본문에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돼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 이외에도, 일시적인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되며,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단서는 일정한 사용자와의 종속관계가 전제되지 않는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이 아니라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해고돼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2004년 대법원(2001두8568)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원심이 지역별 노동조합인 원고의 조합원 중 1명이 구직자라고 해서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한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이나 그 인정범위, 노동조합의 단체성 등에 관한 법리오해, 석명권 불행사, 심리미진, 판단누락, 위헌적 법률해석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위 사건의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1구합20932 판결)은 ‘행정청의 반려권한 부존재 여부’에 관해 “노조법 제10조제1항, 노조법 제12조제1항에 의하면 이른바 ‘신고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노조법 제12조제3항은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노동조합이 노조법 제2조제4호 각 목에 해당될 때 신고증을 교부하지 않고 그 신고서를 반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청년유니온14’의 이 사건 설립신고가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본문에 해당한다고 보아 반려한 이 사건 처분에 대해 서울시장이 이 사건 설립신고를 심사해 반려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행정관청의 처분사유 부존재 사유’에 관해 2004년 대법원 판결을 들면서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소정의 ‘근로자가 아닌 자’란 근로의 의사 또는 능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자영업자·자영농민·학생 등)을 말한다고 할 것이고, 지역별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청년유니온14’의 조합원 2명 중 1명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가 아닌 구직 중인 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할 수 있는바, 위 법리에 비춰 보면 구직 중인 ‘청년유니온14’의 조합원을 근로의 의사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 자영농민, 학생 등과 마찬가지로 보아 노동조합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장은 항소했고, 위 항소심에서 노동부는 보조참가를 했는데, 제2심(서울고법 2012누8450 판결)도 위 제1심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항소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청년유니온’의 노동부 장관에 대한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조직대상의 적정 여부’에 관해 “청년유니온과 같은 초기업적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을 받아 생활할 의사나 능력이 있다면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단결권의 주체가 돼야 할 필요성이 있고, 장차 취업할 회사 등을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해서 채용 그 자체 내지 채용조건 등을 주된 교섭사항으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으므로 설립신고 당시 사용자 내지 사용자단체가 특정되지 아니한다거나 사용자의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만으로 단체교섭권 내지 단체행동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이상 이러한 사람들이 노동조합의 주요 부분을 점하고 노동조합의 운영·활동을 주도한다고 해 노조법 제2조 제4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가 주체가 돼 조직하는 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사범위 위반 여부’에 관해서는 “행정관청은 노조법 제1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설립신고서 기재사항 중 허위사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등으로 그 진위 여부를 가려내야 할 실질적인 심사권한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조직대상을 이유로 삼은 노동부장관의 설립신고반려는 위법하나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을 위한 보완요구는 정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려처분은 적법하다면서 ‘청년유니온’ 패소판결을 했었다.

이번 ‘청년유니온14’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일시적인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원용했고, 지역별·산업별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 노조법상 당연한 판결이며 ‘청년’ 등 세대별 노동조합의 적법성을 확인해 준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다만, 원심부터 ‘청년유니온14’측이 주장한 ‘행정청의 반려권한 부존재’에 대해서는 제1심이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는데, 규약과 신고서만으로 운영돼야 하는 노동조합 신고제도에 대해 행정청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심사권한을 축소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보장해 줬다는 점을 제2심과 대법원에서 다투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 2012년에 상고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3년 이상 판결을 하지 않아 ‘청년유니온’ 등 청년들의 노동3권 행사에 적법성을 부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Ⅲ. 남아 있는 문제점

비록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전에 ‘청년유니온’이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으로 인정됐고, ‘서울청년유니온’도 서울시장으로부터 노동조합으로 인정돼, 위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노동부는 실업 중인 자나 구직 중인 자가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다.

일각에서는 구직 중인 자나 실업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경우 단체교섭의 대상이 누가 될지 의문이라고 주장하나,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실업자의 경우에는 주로 전에 일했던 회사 등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이나 퇴직금, 부당해고 등을 교섭사항으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구직 중인 자의 경우에는 서울행정법원이 2010. 11. 18. 선고한 2010구합28694호 판결에서 밝힌 것처럼 장차 취업할 회사 등을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해서 채용 그 자체 내지 채용조건 등을 주된 교섭사항으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고, 우려와는 달리 청년유니온은 지금도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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