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에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과 최저임금 인상"을 일자리 질 올리기 대표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규모 축소와 삶의 질 향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2015년 2월 현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규모 변화 없어=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무기계약직)를 추진하고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공약 이행을 위한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민간기업에서는 2010년을 전후해 기간제 노동자를 대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기간제뿐만 아니라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정규직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가 뒤쫓는 형국인 데다, 정규직화 범위마저 좁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 2년간 기간제·파견·용역 같은 비정규 노동자는 34만명(2013년 3월에서 2014년 8월) 증가했다.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6.1%에서 45.4%로 0.7%포인트 줄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박근혜 정부의 성과라기보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8월부터 2007년 3월까지 55~56% 수준을 유지했다가 지난해 8월에는 45% 내외까지 떨어졌다. 기간제법 제정안과 파견법 개정안은 2007년 7월 시행됐다.

특히 기간제 노동자는 기간제법 시행 후 지난해까지 3.9%포인트 하락했다. 민간기업들이 기간제법 규제를 받으면서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선도해야 할 정부가 뒤쫓는 형국일 뿐만 아니라 예외단서도 많아 노무현 정부 졍책이나 지방자치단체 정책보다 못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근속기간뿐만 아니라 근무실적·직무능력·태도를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35세 이상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오히려 비정규직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사고 있다.

◇삶의 질은 낮아져=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은 2007년 73.2%에서 지난해 65.5%로 떨어졌다. 격차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대리권을 부여하고 차별 시정명령 효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담았다.

이 소장은 이에 대해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변죽만 올리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비정규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은 비정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비정규 노동자 상당수가 저임금 계층에 속해 있어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한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노동자 기본생활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최저임금 결정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적으로 반영하고, 여기에 노동시장 상황을 감안해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정책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소장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지만 실천의지가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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