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종사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고충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SOFA)의 부당성을 담은 책 <해고>가 최근 발간됐다. 주한미군 한국노무단(KSC)에서 25년간 일하다 지난해 해고된 김영헌(54)씨가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과정에서 겪은 사건과 느낌을 책으로 엮었다.

<해고>(사진·좋은땅·1만4천원)는 김씨가 ‘비자발적 고용종료’라는 해고통보를 처음 받은 지난해 9월23일부터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 발생한 사건을 기록해 완성한 책이다.

김씨는 2010년을 전후해 부산종합운동장과 경남 양산물류센터 한국군 방어계획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관련 파일을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했다는 이유로 고용종료를 통보받았다. 작전상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인가받지 않은 컴퓨터에 저장했다는, 이른바 ‘비밀취급인가자의 보안 위반’이라는 사유였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4월 미군지원사령부가 한국노무단을 검열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김씨도 이런 행위가 보안 위반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해고>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군 장교였던 상급자의 지시로 이런 관행이 반복됐는데도 미군은 처벌받지 않았고, 한국인 종사자인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는 것이다.

김씨는 “미군은 정당한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강제이직과 비슷한 비자발적 고용종료라는 형태로 해고를 단행했다”며 “징계나 소청을 위한 어떤 위원회도 열리지 않아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국내법이 그를 지켜 줄 리 만무하다. 준군사조직인 한국노무단 소속 노동자는 고용관계 분쟁 발생시 소파 협정(제17조)에 따라 국내법이 아닌 국제사법이나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 경북지노위도 김씨에게 “소파 규정에 따라 각하될 것 같다”고 전해 왔다.

김씨는 <해고>에서 “우리가 미국으로 파병 간 노무자들인가, 이 억울함을 미국 노동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항변했다.

책에는 해고와 관련한 각종 미군 규정과 증빙서류, 김씨가 관련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카톡 내용까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 그는 “개인 사건에 대한 기록이자 이를 통해 바라본 주한미군의 부당함과 한국인 노무자들의 어려움을 담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