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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갑질’을 막기 위해이서용진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이서용진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갑질'은 사용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복수노조·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도입된 2011년 7월 이후 밝혀지고 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조합원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를 무시하고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횡포는 대부분 사용자가 교섭대표노조에 특혜를 부여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울산에서 항만하역 및 운송·보관업을 하는 한 컨테이너터미널에서 벌어진 공정대표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신청을 제기했다. 해당 사업장은 오랫동안 공공운수노조가 단일노조로서 자주적으로 교섭을 하고 때로는 쟁의행위를 벌였던 곳이다.

대다수 조합원은 컨테이너를 하역·선적하는 현장 장비기사(TC기사)를 비롯한 현장 장비직이다. 그런데 지난해 초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불과 몇 달 전 갑자기 사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별도 노조(기업노조)가 설립됐다. 아마도 사측의 개입과 지원이 있었을 것이다. 조합원은 11명(공공운수노조) 대 12명(기업노조)이다.

결국 기업노조가 조합원수 1명 차이로 교섭대표노조가 됐다. 기업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공공운수노조를 철저히 배제했다. 의견수렴은커녕 교섭 과정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렇게 체결된 2014년 단체협약은 공공운수노조가 체결한 이전 단협에 비해 전체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됐다.

공공운수노조는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으니 시정해 달라는 신청을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냈다. 부산지노위는 지난해 12월18일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일부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2014공정20, 유급휴일 조항만 기각). 노동위는 그동안 단협 내용에서 명백한 차별이 없고 이미 단협이 체결됐다면 단체교섭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가 뚜렷해도 시정신청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위가 공정대표의무 인정과 시정명령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 비춰 볼 대 부산지노위 판정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부산지노위는 "교섭대표노조가 적극적으로 공정대표의무를 지고, 단체교섭 과정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문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교섭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단협 조항 자체만이 아니라 소수노조 조합원들에게 중요한 조항을 삭제한 행위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된다고 판정했다. 임금협약 조항에 의해 작성된 호봉표 변경도 차별이 될 수 있고, 타임오프 시간 배분에서도 교섭대표노조가 먼저 소수노조에게 공문 등을 보내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마지막으로 부산지노위는 차별적인 조항으로 인정된 단협 조항에 대해 재교섭을 하라는 적극적인 시정명령을 내렸다.

2011년 7월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된 이래 월 평균 12~13건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노위에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연간 150여건이 노동위에 올라오고 있다는 말이다. 교섭대표권을 확보한 다수노조가 부리는 갑질에 맞서 부당함을 호소하는 소수노조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복수노조 시대 창구단일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노동현장에서는 ‘사용자 지원 어용노조 설립→교섭대표노조 지위 확보→자주적인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단협 체결→소수노조 단체교섭권 박탈 및 세력약화 유도’등의 과정을 통해 민주노총 산하 자주적인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왕왕 벌어지고 있다.

노동 3권을 침해하는 갑질을 막고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민주노조를 와해하려는 위법행위를 없애려면 공정대표의무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용돼야 한다.

현행 창구단일화 제도하에서는 이번 사건과 같이 조합원수가 1명이라도 적으면 소수노조가 된다.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하면 교섭 과정에서 배제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쟁의행위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 소수노조가 노동 3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공정대표의무가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노동위는 공정대표의무 위반 행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재교섭명령과 함께 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나아가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 교섭권을 형해화할 정도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조항을 개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어용노조가 판을 치던 시절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가 단결권을 보장받기 위해 복수노조 허용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창구단일화가 도입되면서 오히려 민주노조가 약화되고 붕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후진국에서는 이렇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교묘한 위법행위와 갑질이 판을 친다.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에게 부리는 갑질을 막기 위해 공정대표의무제도만이라도 제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노동위와 법원이 바뀌어야 한다. 위헌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창구단일화도 전면적으로 손을 보거나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민주노조를 말살하려고 어용노조까지 만들어 비용과 노력을 쏟아붓는 짓들은 그만 좀 하자. 민주노조는 괴물이 아니다.

이서용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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