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우 전해투 정책위원(전 노동당 부대표)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가 요새 간절하게 운동 하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방송차 교체입니다. 방송차는 8년 동안 무려 24만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이 새 방송차와 투쟁용품을 마련하는 후원모금 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방송차 운전기사 겸 방송담당을 맡아 밤낮 가리지 않고 출동하던 시절 갖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일화를 소개하려니 기륭전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기륭전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서울광장 광고탑 농성에 돌입했다는 전갈을 받은 것은 2008년 5월 어느 새벽녘이었습니다. 장소를 알려 주며 했던 말이 간청인지 통보인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소방차 출동하듯이 때론 방송차도 신고가 오면 이유를 묻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고공에 올라간 유흥희 분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것도 현장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긴급출동이라 명명하더라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많이도 급한 상황이었던 게죠. 경찰과 승강이를 하긴 하지만 이럴 때 방송차 담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방송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차가 부서지기도 하고 마이크 연결선이 끊기기도 하는데,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전해투와 여러분들의 협력으로 방송차 역할을 탈 없이 해냈습니다.

실은 바로 그날 긴박한 서울광장 광고탑 아래 ‘격전지’에서 송경동 시인을 처음 만났습니다. 목이 다 쉬도록 웬만한 방송차 볼륨 이상으로 몇 시간을 버텨 내는 시인의 호통소리를 그때부터 듣기 시작한 것이지요. 전해투 사람으로 활동하며 숱한 투쟁 현장에서 참 많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수천 일을 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방송차 이용자였고, 굴복이 아닌 저항을 선택한 주인공들이 승객이었습니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 부르면 방송차는 그들과 함께 희망을 전하며 사람들을 연결했습니다. 방송은 투쟁이 퍼져 나가는 울림이었고, 주인공인 우리 스스로를 연결하고 더 크게 확장하는 통로였습니다.

송경동 시인은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의 온갖 사업이, 현대차·밀양·유성·쌍용차·재능·보건복지개발원·세월호 투쟁·사이버사찰대응투쟁 등 온갖 투쟁이 논의되고 준비됐습니다. 늘 조그만 사무실이 발 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컴퓨터도 서로 번갈아 가며 써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부딪치는 소리 없이 서로가 서로를 지키며 함께 살아온 5년여였습니다.”

송경동 시인은 이렇게 전해투 사무실을 각종 투쟁의 산실로, 투쟁하는 주체들이 서로를 연결하며 협력하는 장소로 묘사했습니다. 검찰과 정보기관이 이미 감지하고 있는 비공식 고급정보를 대놓고 자백한 이유는 아마도 후원에 보탬이 될 거라 여긴 것이겠지요.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대놓고 소문낼 것이 또 있습니다.

자본과 권력이 싫어하고 심지어 부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오체투지 행진에 참여한 전해투 방송차의 유리가 깨지고 방송차를 담당하던 백형근 전 전해투 조직국장이 구속됐다는 기사를 보셨는지요. 그가 언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될지, 또 어떤 전해투 사람이 그의 곁으로 가게 될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부서지고 깨지면서 저들과 맞서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백형근 국장이 저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방송차를 지켜 낸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백형근을 지키며 투쟁의 오늘을 함께 감당해 냈으면 합니다. 해고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 전해투가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 더 많은 이들과 희망을 연결하는 우리로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호동이고, 유흥희입니다. 이제 오늘은 너무도 간절하게 우리야말로 또 하나의 백형근이라고 말해 주십시오. 절망의 장벽을 향해 희망의 방송차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합니다. 전해투 방송차 3호의 힘찬 시동을 응원해 주십시오. 함께 희망을 연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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