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아래 우체국 앞 터에 봉수대가 있다. 밤에는 횃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를 올려 위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시설이다. 요즘 소식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타고 흐르니 그저 유물이다. 상징물이다. 통신비정규 노동자 두 명이 그 뒤편 전광판에 올라 농성한다. 파업 사태 해결을 촉구한다. 더는 견딜 수 없었다며 비정규직 처지 위급한 소식을 전한다. 불씨 되기를 자청했다. 혹시 꺼질까, 그 아랫자리가 분주하다. 종이상자와 침낭과 두툼한 옷을 입고 한겨울 노숙을 견딘다. 몇몇은 곡기 끊고 마른 장작 되기를 자청했다. 복잡한 그 거리가 온통 횃불처럼 붉었다. 입김이 연기처럼 풀풀 올라 자욱했다. 봉화가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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