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우리 노조가 진다면 앞으로 제조업 노동자들이 수도 없이 해고될 겁니다.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데 포기할 수는 없죠.”

11일 현재 154일째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하영재(46·사진) 롤스로이스마린코리아노조 위원장은 마린코리아를 "전선"이라고 불렀다. 가뜩이나 해고를 쉽게 하도록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넘치는 터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회사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매년 흑자를 기록한 회사가 정리해고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영상 이유를 근거로 해고를 단행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처참하게 빗나갔다. 마린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생산라인을 외주업체로 넘기는 과정에서 직원 12명을 해고했다. 노조는 6개월 넘게 부산 강서구 녹색산업단지에 위치한 공장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해고된 지 125일이 됐다. 일터에서 쫓겨난 직원들은 평소 때처럼 농성장으로 출근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실에서 하 위원장을 만났다. 노조는 이날 처음으로 부산에서 상경해 마린코리아 구조조정을 서울시민에게 알렸다. 주한 영국대사관에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7년 동안 만졌던 기계, 이젠 외주업체 직원이…”

- 해고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난해 수능을 본 아들이 대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큰아들이 '아빠 걱정 말라'며 격려하는데 마음이 무척 아팠다. 고용노동부도 인정한 부당해고이긴 하지만 투쟁을 계속하는 게 옳은 것인가 고민했다. 아이들 교육비로 돈이 많이 들 시기인데 걱정이다. 결혼한 지 다섯 달 된 한 조합원의 아내는 유산을 했다. 남편의 해고가 임신 중인 아내에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힘내라는 말밖에 못했다.”

- 회사가 무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회사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을 때 으름장을 놓는 줄로만 알았다. 2013년에 매출 397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를 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외국계기업인 회사가 국내법을 어겨 가면서 정리해고를 단행해 버렸다. 7년 넘게 만지던 기계를 외주업체 직원이 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분해서 잠을 못 잘 지경이다. 납기일을 잘 지켜 칭찬받던 직원들까지 쫓겨났다.”

“부당해고 자식 세대까지 물려줄 수 없다”

-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면 회사가 소송으로 갈 것 같은데.


“정리해고를 당하니 근로기준법의 문제점이 확실히 보였다. 근기법상 정리해고 요건이 모호하다. 사용자들이 근기법을 악용해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를 남용하고 있다. 마린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리해고 요건이 강화됐다면 회사는 아마 정리해고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쫓겨난 노동자가 복직하려면 대법원 선고까지 기다려야 한다. 회사도 대법원 선고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냐며 조합원들에게 위로금을 들이민다. 근기법 개정이 시급하다.”

- 어떤 투쟁을 준비하고 있나.

"대규모 집회를 열 만큼 조합원이 많지 않다. 상경투쟁이 힘들다. 지금까지 공장 앞에서 집회를 주로 했다. 앞으로는 투쟁강도를 높일 생각이다. 마린코리아 거래처를 상대로 마린코리아 제품 불매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나는 노동운동 체질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노조가 진다면 제조업에서 마린코리아 같은 해고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식 세대까지 부당해고를 물려줄 수 없다는 각오로 투쟁하고 있다. 1년이 됐든 3년이 됐든 끝까지 싸워 복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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