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현 변호사
(사무금융노조 법률원)

며칠 전 100여명의 청년들이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업체 매장에 모여들었다. 그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갑질을 중단하라. 최저임금 보장하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조직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최저임금법 준수와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점거시위를 벌인 것이다.

기간제·단시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이미 오래된 문제다. 그런데 근래에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실업률과 감당할 수 없는 학자금 대출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아르바이트가 더 이상 용돈벌이 수단이 아닌 생존권 문제로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청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최저임금법의 준수를 목 놓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처우가 너무 열악하고 그들의 우선적 과제와 목표가 최저임금 지급이다 보니 최저임금이 비정규 노동자들만의 문제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도 최저임금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택시운전직 노동자들이다.

택시운전직 노동자들의 임금지급 형태는 사납금제다. 매 근무일마다 택시운송수입금 중 일정한 금액인 이른바 사납금을 택시회사에 납입하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을 임금으로 노동자가 지급받는 형태다. 고정적인 기본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금액이 워낙 적어 택시운전직 노동자들은 근무일마다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는 초과수입금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이는 필연적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반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택시운전직 노동자들의 초과수입금이 최저임금 산정에 산입하는 임금으로 정해져 있어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고정급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도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가운데 사납금 초과수입금 등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정에 산입하는 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으로 2007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이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택시운전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기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택시운송사업자들은 초과수입금이 최저임금 산정임금에서 제외되기 시작하자 택시운전직 노동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해 버리는 꼼수를 부렸다. 이전에는 초과수입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실제 근무시간에 따르더라도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법상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서 초과수입금이 제외되면서 택시사업주들은 제외된 금액만큼 시급을 인상해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자 택시사업주들은 실제 근로시간 감축 없이 단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상 기재된 소정근로시간만을 줄여 임금인상 요인을 제거해 버렸다. 많은 택시사업장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이러한 편법이 자행됐다. 월 226시간이던 소정근로시간을 월 76시간으로 축소해 버린 사업장도 나타났다.

물론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최저임금법상 형사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효력 역시 당연히 무효다.

그렇지만 2010년 사업주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소하고 민사상 임금지급 청구소송을 진행했던 택시노동자들은 아직도 불법적으로 축소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형사사건에서 벌금형이 선고되고, 추가적으로 제기되는 민사사건 인용판결이 계속돼도 택시회사는 요지부동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 택시회사들은 1심에서부터 경영난을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너무도 명백한 위법임에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외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 고작 시간당 ‘최저’임금 5천580원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자들은 아직도 지난한 싸움을 계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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