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민
공인노무사
(청주노동인권센터)

최근 옥천군 보건소 기간제 방문간호노동자 집단해고 사건을 맡았다. 방문간호란 간호사·물리치료사·영양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의료인이 의료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해 노인·장애인·임산부·암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건강을 돌보는 일이다. 이들이 종사하는 방문건강사업은 2013년 1월1일부터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으로 통합됐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2년 사용기간 적용사업임을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총액(기준)인건비와 별도로 예산을 편성할 테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옥천군은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지난해 12월31일자로 기간제 방문간호노동자 8명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 1월1일자로 1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그런데 옥천군은 이들의 빈자리를 다시 기간제 노동자로 돌려막았다. 그러면서 인건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충청북도 내 다른 지자체 보건소는 이미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무기계약직 전환을 완료했다. 옥천군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보건소도 포함돼 있다.

옥천군은 보건소 이외 다른 기관에서는 여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 전환의 합리적 기준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총액(기준)인건비 중 무기계약직 전환에 사용해야 하는 예산을 공무원 연가보상비로 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따른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기간제법은 ‘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기간제 노동자 사용을 규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어이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사용자측에서 보내온 답변서에도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았으므로 계약기간 만료라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뿐이다. 이런 주장이 버젓이 통용되는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는 매우 비정상적이다.

무기계약이란 용어도 탐탁지 않다. 무기계약은 말 그대로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형태다. 공식 통계로는 정규직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정규직이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중규직’으로도 불린다. 공공기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고용형태다.

정부도 기간제 노동자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상시·지속적 업무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을 지시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정부가 잘못을 자인한 셈이다. 그동안 사용기간을 제한한 것은 잘못이니 이제부터 사용사유를 제한하겠다고 인정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옥천군은 아직도 상시·지속적 업무인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을 하면서 ‘기간제 돌려막기’로 대응하고 있다. 옥천군은 고령층 비율이 매우 높다. 의료취약계층을 상대로 안정적인 돌봄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의료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고 나서는 또다시 기간제로 고용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있다. 이것은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철학의 문제다. 의지와 실행의 문제다.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비정규 노동자를 사용하고, 원칙적으로 정규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면 된다.

방문간호노동자 집단해고는 충남·부산·경기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전국적인 사안이다. 2015년 1월28일 해고 당사자들은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노동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방문간호노동자들은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건강을 걱정했다.

낯선 방문객에게 자신의 건강 문제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까지 최소한 2년 이상 걸린다. 옥천군의 기간제 돌려막기로 인해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할 의료취약계층이 건강권을 위협받고 있다.

열쇠는 옥천군수가 쥐고 있다. 정부 지침을 무시한 채 인건비 핑계를 대면서 계속 버틸 것인가. 아니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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